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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어르신들 합창, 코로나 번졌다···다단계 건강용품점 집단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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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다단계 형식으로 건강용품 판매, 방문자 고령 어르신"

서울 관악구의 어르신 대상 건강용품 판매 세미나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4일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최소 13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이 업체 직원 11명과 방문한 것으로 조사된 188명의 어르신 등 총 199명에 대해서 검체 검사를 진행 중이다. 관악구와 구로구 등에 따르면 건강용품 판매업체인 리치웨이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건강용품을 건강 관련 세미나 등을 통해 판매해왔으며, 판매 과정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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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있는 건강용품 판매 회사인 '리치웨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4일 찾아간 이 회사 노인홍보관엔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편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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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고, 기운 떨어져"



지난 1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관악구 8층짜리 건물 꼭대기에 있는 리치웨이로 70대 A씨는 여느 때와 비슷하게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꼴로 출근해 건강용품 판매를 돕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식사를 마친 이 날 12시 30분경 커피 한 잔을 타 마시려다 기력이 없어 쓰러졌다. A씨가 쓰러지자 같은 회사 직원들은 119에 신고를 했다. A씨가 실려 간 곳은 영등포구에 있는 강남성심병원. 병원에선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제대로 못 했다"는 A씨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다. 이튿날인 지난 2일 A씨는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노래 불렀다"는 회사…'고령' 감염자 속출



A씨의 감염 이후 또 다른 감염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 국장은 4일 "다단계 형식으로 건강용품을 판매하는 리치웨이에서 서울에서 첫 감염자를 포함해 누적기준 총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서울에선 1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경기도에서도 이날까지 누적 4명의 감염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구로구에선 63세 여성 직원과 또 다른 48세 여성 직원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안산과 안양, 수원에서 리치웨이를 방문한 80대 환자가 각각 나왔다. 안산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의 50대 직원도 코로나 19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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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판매회사인 '리치웨이'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곳에서 발생한 대다수의 코로나19 감염자는 80대의 고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편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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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환자가 나온 구로구는 "무더기 감염이 발생하고, 첫 감염자보다 초기 증상이 앞서 발현한 환자가 있어 리치웨이에서 감염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에 따르면 리치웨이가 입주해 있는 건물은 총 8층짜리로 리치웨이는 꼭대기 층인 8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회의실과 강연장 등으로 꾸며져, 건강용품을 어르신들을 상대로 판매해왔다는 것이다. 밀폐된 공간은 아니지만 "노래를 불렀다"는 업체 측 설명도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찾아간 리치웨이 강연장엔 수십 개의 원형 테이블과 의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손 소독제가 눈에 띄기도 했지만, 원형 테이블을 중심으로 방문객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앉는 구조로 좌석이 배치돼 있었다.

관악구 관계자는 "업체의 설명을 들어보면 건강 관련 강연을 하면서 노래도 부르면서 건강용품 설명을 한 것으로 밀폐된 공간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구청 관계자는 "통상 어르신을 상대로 건강용품을 파는 업체의 경우엔 도시락을 주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흥을 돋우다가 건강용품 판매를 하는 구조로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감염에 취약한 고령 방문자들이 감염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리치웨이 방문 어르신 연락 어려워"



관악구는 업체로부터 넘겨받은 방문객 명부를 기반으로 검사 안내 연락을 취하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방문자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전화나 문자로 신속하게 연락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방문자의 거주지 구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지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감염경로 파악을 위해 역학조사관을 리치웨이 입주 건물에 파견했다. 나백주 국장은 "오는 14일까지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각종 모임과 행사를 자제하되 필요하면 비대면으로 진행하길 권한다"며 "다중이용 시설을 각별히 자제해 달라"고 했다.

김현예·최모란·편광현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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