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8월 데드라인’에 최악 치닫는 韓·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日 “수출 문제 답변 시한 맞춰

한국 사법부 움직여” 불만 전달

日 외무성 “심각한 상황 초래”

실행 땐 한일 관계 악화 가능성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문제에 이어 과거사 문제까지 겹치며 한일 양국 관계가 최악을 향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데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한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매각에 나서자 일본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일본 측 외교 소식통은 “한국 법원이 일본제철의 한국 내 압류 자산에 대한 현금화 작업에 들어간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전날 강한 유감의 뜻을 복수의 채널을 통해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그간 한국 정부가 유지해온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두고 ‘한국 수출 당국이 요구한 답변 시한에 맞춰 법원이 (현금화) 절차엔 나선 것은 기존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행동’이라는 내용의 불만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 역시 “한국 법원이 일본제철에 대한 압류결정문 공시송달을 진행한 것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대한 부당한 불이익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청구권 협정에 따른 일본의 중재 요청에 응하지 않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지 않는 데 대해 깊은 유감으로, 양국 사이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전화 통화를 요청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외교 당국 간 소통이 필요하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 외무성이 자산 매각을 위한 압류결정문을 반송하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공시송달을 결정하며 오는 8월까지 일본 외무성이 압류결정문을 수령하지 않으면 이를 받은 것으로 간주, 강제로 자산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법원이 압류 중인 일본체절의 자산은 ‘포스코-닛폰스틸 제철부산물재활용 합작법인’ 주식 19만4794주로, 10억여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그간 한일 외교당국은 전범 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외교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계속했지만, 양국은 입장을 전혀 좁히지 못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여전히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판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사법부의 매각 절차 시작으로 실제 일본제철의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양국 간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당장은 수출 당국 간 대화를 유지하자며 재검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지만,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이 이뤄질 경우, 정치적 문제가 한일 간 경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1월 “한국이 일본 민간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실행할 경우, 한국과의 무역을 재검토하거나 금융제재에 착수하는 등의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오상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