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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위선자 김정은"…김여정 발끈한 대북전단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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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분노케 한 '대북전단(삐라)'은 뭘까.

김여정은 4일 담화에서 대북전단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북전단은 주로 풍선이나 페트병 등으로 운반돼 북한 대도시까지 도달될 가능성이 적다거나 인근 주민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한다는 등 이유로 일각에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지만 이날 김여정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면 대북단체들이 날려보내온 대북전단에 북한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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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0일 오전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대북전단이 담긴 대형 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조선DB


김여정이 이날 지목한 대북전단은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대형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낸 것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 등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대북전단에는 '7기 4차 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정은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사진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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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등을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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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단체는 지난 4월 30일 인천시 강화군 양사면 교산리에서 북한을 향해 대북전단 50만장을 날렸다. 대북전단에는 '탈북 꽃제비 불구자(지성호)도 공사(태영호)도 국회의원인 우리조국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4·15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과 지성호 의원은 각각 꽃제비, 외교관 출신 탈북민이다. 단체는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USB 1000개도 대형 풍선 20개에 넣어 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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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국가 대표팀 월드컵 2차 예선전에서 북한이 남측 취재 및 중계진과 응원단의 참석을 통제하자 이를 규탄하는 대북전단 50만장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평화의 스포츠장을 파괴한 악당 김정은'이라는 현수막을 풍선에 함께 매달았다. 소책자와 USB에는 경제 발전과 자유민주주의 등 대한민국의 발전상에 대한 소개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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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4월 경기 파주에서 평양 시내까지 드론을 보내 대북 전단 1만여장을 살포했다는 주장도 했다. 파주에서 평양까지는 150~160km라 실제 민간 드론이 20kg가량의 대북전단을 싣고 평양까지 비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했다. 대북 민간단체들은 주로 접경지에서 대북 전단을 풍선·페트병에 실어 살포해왔다.

통일부는 이날 대북전단에 대해 “남북 방역 협력을 비롯해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대북전단 중단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입장 발표는 북한 김여정이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한지 4시간 반만에 나온 것이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긴급브리핑에서 “실제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며, 접경 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는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간 상호 비방 자제를 약속한 4·27 판문점 회담 위반 소지가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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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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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북전단 살포가 법적으로 처벌된 전례는 거의 없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지난 2015년 대북전단을 살포하다 경찰 등에 제지 당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제지할 수 없지만, 국민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제지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부에 배상 책임을 지우진 않았으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판결을 확정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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