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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현대·고대인 게놈 273개 슈퍼컴퓨터로 분석하니…"한국인 단일민족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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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년 걸쳐 동남아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복잡 혼혈"

고대인들의 확장과 정복에 의해 만들어진 혼혈 인족 집단

뉴스1

한국인과 동아시아인 기원 예측 모델에 기반한 한국인 혼혈과 관계된 고대와 현대 게놈들. 회색박스는 게놈정보가 밝혀진 과거 인족들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원과 혼합을 컴퓨터로 예측한 혼혈 족보 (클리노믹스 제공) 2020.06.04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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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유전자 분석 생명기술 업체 클리노믹스는 게놈연구재단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인이 수만 년간의 혼혈로 진화된 다인족(ethnic group) 민족으로 볼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158명의 현대인과 115개의 고대인 게놈을 분석해 지난 4만 년간의 한국인의 기원과 유전적 혼합과정에 관한 게놈분석의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총 273개의 게놈을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기술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결론적으로 한국인은 수 만 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여러 차례 올라온 사람들의 자손들의 복잡한 혼혈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인에게서 일어난 가장 최근의 혼혈화는 석기시대에 널리 퍼져 있던 선남방계(북아시아 지역)의 인족과 4,000년 전 청동기·철기시대에 급격하게 팽창한 후남방계(남중국지역) 인족이 3:7 정도로 혼합되면서 지리적으로 확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수십년간 논쟁의 대상이었던, 까발리 스포자 박사의 중앙아시아 쪽에서 동쪽으로 대륙을 건너온 북방계와 남쪽에서 온 중국계 남방계가 혼합되어 한국인이 형성되었다는 설이 맞지 않다는 것도 다시 증명됐다.

2017년 연구진은 8000년 전 신석기 동굴인(선남방계)과 현대의 베트남계 동남아인(후남방계)을 융합했을 때 한국인의 유전 특성이 가장 잘 표현됨을 밝혔었다. 이번에는 4만년에서 수천 년 전의 동아시아와 동남아 고대인 게놈 데이터 115개를 추가로 분석해 선남방계(북아시아지역인)와 후남방계(남중국지역인)의 혼합이 수천 년 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보였다.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고대인 게놈은, 4만년 전에 북경 근처의 동굴에서 발굴된 티안유안(Tianyuan)인의 게놈이다.

연구진은 티안유안인이, 고대 아시아 다른 모든 게놈들과 및 현생 아시아인과의 유전적 유사성을 보임으로써, 티안유안인은 아시아 전반에 매우 넓게 분포하고 있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티안유안 고대인의 유전자는 현대인의 유전정보보다도 신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의 동남아 고대인의 유전정보와 더 높은 유사성을 보였는 데 이것은 신석기시대 사람들까지도 티안유안인의 자손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청동기, 철기 시대를 지나면서 티안유안인의 영향이 급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는 데 이것은 청동기 철기 시대에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족이 통합 및 정복을 펼치며 동아시아 인족 전체에 대규모 유전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남성의 Y-염색체의 거의 60%이상이 하나의 유형을 보이는데 이 Y-염색체는 현재의 양쯔강 유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다.

반면 8000년 전 극동지역의 두만강 위쪽의 악마문동굴(Devil’s Gate)의 신석기 고대인의 게놈의 경우 티안뉴안과 현대인 둘 다에 유사한 유전적 거리를 보였다.
악마문 동굴은 과거 고구려, 동부여 북옥저 등이 자리잡았던 지역이다. 동굴에서 얻어진 게놈은 북동남아의 고유 게놈들보다는 현재의 동북아 인족의 유전적 요소와 더 큰 유사성을 보였다. 이것은 8000년 전까지는 청동기·신석기의 남중국계(후남방계) 인족이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었음을 뜻한다.

뉴스1

현대 한국인의 게놈 혼합(ADMIXTURE) 분석 결과. 맨 오른쪽의 한국인들은 일본과 중국인과 같은 그룹으로 묶인다. 전 인류를 총 10개의 그룹으로 나눴을 때, 한국은 짙은 푸른색으로 대표되는 남중국계와 짙은 붉은 색으로 표현되는, 북아시아계가 7:3 정도로 최근에 혼합된 것으로 나타난다 (클리노믹스 제공) 2020.06.04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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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현재의 한국인은 악마문동굴(Devil’s Gate) 신석기 고대인의 게놈(8000년 전)과 약 3500년 전의 동남아 철기 시대의 밧 콤노우(Vat Komnou, 캄보디아) 고대인의 게놈을 융합했을 때 가장 설명이 잘된다. 따라서, 한국인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신기술의 등장에 의한 고대인들의 확장과 정복 과정에서 혼혈화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종화 교수는 "한국인은 생물학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계속해서 확장, 이동, 혼혈을 거쳐 진화된 혼합 민족"이라며 "사회적으론, 단일민족이란 통념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아시아의 많은 인족들과 밀접하게 엉켜있는 친족체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마음 평화연구재단의 연구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옥스퍼드대 출판사의 학술지 '게놈 생물학과 진화'(Genome Bi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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