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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목표주가 '상향' 두달간 9배↑…영혼없는 조정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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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09→491로 건수 증가…코스피 상승 추세 뒤쫓아

이익 개선되는 곳 '소수' 등 목표가 지나친 의미부여 삼가야

"'보유'·'매도' 못 써 목표주가 되레 올린 경우 있을 것"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폭락한 주가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반등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실물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대부분 기업의 이익 악화가 예상되고 있어, 목표가 상향 조정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로나 수혜주 등은 실적 반등 전망을 동반한 ‘이유 있는’ 조정인 반면, 반대의 경우 빠르게 오른 현 주가를 기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상향 의견을 냈을 수 있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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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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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상향’ 2달간 52→491 9배 폭증

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들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 의견은 종목 중복을 포함해 총 491건이다. 코로나19 사태 정점으로 평가되는 지난 4월엔 209건을 기록했다. 한 달 전 대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주가가 더 올라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약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던 3월엔 목표주가 상향 조정 의견 52건과 비교하면 9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6월 1일과 2일 이틀간 상향 조정 의견은 19건으로 집계됐다.

목표주가 상향 조정은 증시 반등보다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보면 상향 의견 증가가 코스피 지수 상승을 뒤쫓는 모양새다. 코스피는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 3월 19일 올해 최저점을 기록한 뒤 이날까지 약 47.3% 상승했다. 월별로 나눠 보면 3월(19~31일) 20.4%, 4월 11%, 5월 4.2%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수 상승은 점차 둔화하고 있는 반면, 상향 조정 건수는 3월 52건에서 5월 491건으로 뒤늦게 폭증하고 있는 셈이다.

종목별로는 카카오(035720)의 상승 의견이 올초 이후 53건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이어 엔씨소프트(036570)(48건), 삼성SDI(006400)(30건), LG이노텍(011070)(28건), NAVER(035420)(27건),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4건), 코스맥스(192820)(23건), 삼성전기(009150)(22건), LG화학(051910)(22건), NHN(035420)(21건), LG생활건강(051900)(18건), 덕산네오룩스(213420)(17건), CJ제일제당(097950)(17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6건), SKC(011790)(16건), 하이트진로(000080)(15건) 등 순으로 상향 의견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인터넷 서비스와 게임소프트웨어 등 언택트(비대면)와 바이오, 생활필수용품, 택배 등으로 코로나19 수혜 업종이다.

“투자의견 하향 대신 목표주가 상향 선택”

그러나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 침체가 여전하고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목표가격 상향 조정이 급격히 늘어난 건 ‘실물 경제는 엉망인데 왜 주가는 상승하냐’는 요즘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과 연관이 있다”며 “카카오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되며 전망이 밝은 업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악화되고 있는 기업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 상승이 유동성에만 기대고 있는 만큼 왜 상향 조정을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 이익 전망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코스피200에서 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가 있는 140곳 중 한 달 전 대비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된 종목은 43곳(3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올라 목표주가와 격차가 좁아지면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보유(Hold)’나 ‘매도(Sell)’로 하향 조정해야 하나, 국내 업계 특성상 목표가를 올려 괴리율을 벌리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애널리스트가 특정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 탐방이 제한되거나 증권사 투자은행(IB) 업무에 차질을 빚는 등 그동안 리서치센터가 독립적인 의견을 내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이 연구원은 “예를 들어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가 뛰어 목표주가와 괴리율이 20% 이하로 좁혀지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며 “그러면 애널리스트는 보유나 매도로 의견을 낮춰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되레 목표주가를 올려 괴리율을 벌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목표가 폭증 또한 이러한 이유가 반영돼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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