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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도 피해간 수입차, 5월 판매 ‘씽씽’...개소세 연장에 날개 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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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탈리안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한정판 모델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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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피해갔다. 코로나19에 내수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고가의 수입차 판매는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2만3,272대로 작년 같은 기간(1만9,548대) 대비 19.1% 증가했다. 전월인 4월에 비해서도 올해 5월 수입차 규모는 1.4% 늘었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5월 판매 실적은 6,551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증가하면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 논란에도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다만 4월 판매와 비교하면 2.9% 감소했다. 이어 BMW는 4,907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45% 증가했다. 이어 아우디(2,178대), 폭스바겐(1,217대), 쉐보레(1,145대), 볼보(1,096대), 포르쉐(1,037대), 미니(1,004대), 지프(796대)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닛산과 인피니티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고전 중인 일본 차종의 올해 5월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1%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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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닛산자동차 매장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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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 내부에선 이 가운데 나온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수입차 질주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이달 말 종료 예정인 개별소비세 인하율을 70%에서 30%로 낮추는 대신 연말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달까지 차량 출고 가격의 1.5% 부과되던 개소세율은 3.5%로 높아졌다. 대신 최대 100만원까지만 허용됐던 개소세 인하 한도를 없애면서 고가 차량의 경우 수 백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갈 수 있게 됐다.

7월 1일 이후 개소세가 오르지만, 실제 구매 가격이 낮아지는 기준은 소비자가격 7,667만원(출고가 6,700만원)이다. 이보다 저렴한 차량은 7월 이후 현재보다 비싸게 구입해야 한다. 때문에 업계에선 개소세 정책의 내수진작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내수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산차 중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차량은 제네시스 G80, GV80, G90, 기아차 K9 등 4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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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더뉴 그랜저'.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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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하반기 개소세 인하 정책에 따르면 3,000만원대인 현대차 ‘그랜저’의 경우 80만~90만원 가격이 오르게 된다. 반면 대당 수억원대의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벤틀리 등 초고가 차량에겐 200만~800만원 상당의 가격 인하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의 이번 개소세 정책에 따른 수혜가 수입차에게 더 많이 돌아갈 공산이 크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한도가 1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도 실제 국산차보다 수입차 시장에서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는데, 하반기 이후 개소세 정책은 국산차에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것이지만 국민 대부분은 차 값 인상으로 느껴 하반기 자동차 내수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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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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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개소세 인하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정상화 이후, 돌아올 후폭풍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정부는 2018년 하반기부터 지난 연말까지 내수진작을 위해 30% 인하된 3.5%의 개소세를 부과했다. 연초 개소세율이 5%로 정상화 되자 신차 수요는 급감했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부에선 3월부터 6월까지 개소세율을 1.5%로, 70%나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미래 자동차 수요를 미리 당겨오는 것이기 때문에 역풍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며 “개소세가 정상화되는 내년 초 자동차 내수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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