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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노동자 조정 대상 아니라는 중노위 결정, 비판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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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중앙노동위원회는 12개 사업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촉구하며 낸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냈습니다. 판정 이유서까지 받아든 민주노총은 오늘(3일), 중노위의 결정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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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도 못 따라가는 '퇴행'적 결론"

중노위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조정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고, 하청업체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고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여기에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노조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은 대법원 판례에도 미치지 못한 퇴행적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판례를 좀 들여다볼까요. 지난 2010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의 불법 파견을 판정하면서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조정을 신청한 12개 사업장 가운데 7개 사업장이 이미 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확인했고, 원청과 간접고용 노동자 관계가 '묵시적 계약관계'라는 점을 이미 인정받은 거란 얘기입니다.

민주노총은 자회사로 운영되는 2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조정회의에서 자료를 통해 원청이 설정한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등을 밝히는 등 모두 100페이지가 넘는 자료로 입증을 충분히 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중노위의 결정이 결국 "직무유기"며 "반(反)노동사회 선언"이라며 "원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신청을 묵살하고 원청의 책임 회피를 묵인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말뿐인 권고…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10년째 '제자리걸음'

중노위는 조정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노조와 원청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사업장 상황에 맞게 하청업체 사용자와 공동 노력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중노위의 소관은 아니지만 원하청이 알아서 교섭해 보라는 건데, 이 애매한 결정문은 지난 2010년에도 나온 적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 파견 판정이 나온 뒤에도 현대차가 교섭에 응하지 않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는데, 이때도 중노위가 아주 유사한 결정을 했다는 겁니다. 10년이 흘러도,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건 없다고 했습니다.

중노위의 이 같은 권고는 실질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원청이 권고를 따라야 한다는 의무도 없고, 중노위가 강제할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탁선호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중노위가 간접고용 노동자의 실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해결방법도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에서 중노위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구체적인 기준이 뭔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노동계는 중노위 결정은 곧 현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보여준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간접고용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이 공동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하겠다며 공약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중노위는 여전히 제도적인 개선책을 고민하지 않고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고용 위기에 내몰리고 원청의 방역 대책조차 공유 받을 수 없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어느 때보다 교섭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고, 대화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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