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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해찬 첫 의총서 "현대사 왜곡 바로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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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與 시작부터 '새역사' 강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당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그간 잘못된 현대사의 왜곡된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아 가는 과중한 책무가 여러분에게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과거사 바로잡기'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여당은 2017년 대선 승리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야권을 겨냥한 '적폐 청산'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4·15 총선 압승을 기반으로 대대적인 '과거사 재조명'과 '제도·관행 바꾸기'에 나서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지난) 5년간을 보면 역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잘못된 관행을 끊고 새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도 "우리 정치사는 굉장히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신 이후에도 얼마나 많이 왜곡됐느냐"며 "한두 가지가 아닌데, 경중과 선후를 가려서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여당 첫 의총 “좌석 수가 달라졌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맨 오른쪽) 대표가 2일 21대 국회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거대 정당이 생겼다, 좌석 숫자가 달라졌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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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발언은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21대 국회에서 '과거사'를 재평가하고 이를 통해 현 여권 중심의 '새 질서'를 만들어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177석을 얻은 만큼 여권 시각에서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미 '5·18 진상규명위원회'에 실효성 있는 강제조사권을 부여하고, 5·18을 부인하거나 비방·왜곡·날조하는 행위를 강력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177명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하기로 한 상태다. 3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면 사실상 '1호 당론 법안'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제주 4·3 사건, 1987년 KAL 858기 폭파 사건, 한명숙 전 총리 불법 금품 수수 사건 등에 대해서도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며 관련 입법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엔 1972년 '10월 유신(維新)' 이후 벌어진 국가 폭력의 진상을 규명하자며 이른바 '유신청산특별법' 제정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과거사 재평가 차원을 넘어 현 여권이 주도하는 새로운 주류 질서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작년 4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학술회의에 참석해 "정조(正祖) 이후 대통령 세 분(김·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빼놓고 모두 일제강점기거나 독재, 극우 세력에 의해 이 나라가 통치됐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친일과 분단, 군사정권으로 이어진 반(反)민주·극우 세력의 역사로 평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지방정부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장악한 21대 국회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본격적인 '주류 교체'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과거사를 하나하나 끄집어내 헤집겠다기보다는 전체 역사 흐름 속에서 왜곡된 제도와 관행에 대한 교정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자신의 발언이 개별 현안과 결부돼 해석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란 것이다.

이 대표의 한 참모는 "이 대표는 민주당이 단일 규모로 최다 의석을 얻은 21대 국회와 같은 기회가 다시 오기 어렵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한국 정치·사회의 왜곡된 행태와 관행을 고쳐 뉴 노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야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개원 등 국회법이 정한 절차도 진행할 수 없는 국회를 개혁하고 나아가 검찰 개혁, 복지 체계 개혁을 21대 국회에서 완수했으면 하는 기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내건 '과거사 바로잡기'와 '새 질서 만들기'가 "의석 힘으로 여권(與圈)이 바라보는 역사관을 진리화하면서 정치적 반대 세력을 고립시키자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화와 민주화 성과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나 국민 통합보다, 주류 세력 교체를 위해 역사를 동원해 반대 세력을 '적폐'로 모는 작업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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