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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거돈 구속영장 기각… 피해여성측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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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서 고의성 전면부인… 법원 “도주우려 없어 기각”

성폭력상담소 “법원, 공직의 무게… 알리는 이정표 세울 기회 잃어”

동아일보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가운데)이 2일 오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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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무원을 강제추행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72)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오 전 시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계속 받게 된다.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부산지법 조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 전 시장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범행 장소나 시간,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 보면 사안이 중하지만 증거가 모두 확보돼 있고 피의자도 범행을 인정하고 있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는 주거가 일정하고 가족 관계와 나이 등을 감안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오 전 시장은 2일 오전 영장심사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스스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뭔가에 씌었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또 “범행 당시 인지부조화 상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물러난 만큼 범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을 가진 계획적 범행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오 전 시장의 변호인도 영장심사 때 “사건이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 반경 발생했는데 오후엔 행사도 잡혀 있었기 때문에 고의성은 없었음을 참작해 달라”고 조 부장판사에게 호소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진행된 약 30분간의 영장심사를 마친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하던 중 “혈압이 올라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진료와 처방을 받고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다. 영장 기각으로 오후 8시 20분경 유치장에서 나온 오 전 시장은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대기하던 차량으로 급히 이동했다.

피해 여성을 보호 중인 부산성폭력상담소는 보도자료를 내고 “영장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이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던진 대답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비록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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