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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경제위기 극복” 정부 돈 쓸곳 늘어나는데 세수 부진… 재정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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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수 18조 ‘펑크’ 전망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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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랏돈 지출을 계속 늘려가는 와중에 기록적인 세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아직은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견해지만 유럽 각국의 재정이 불과 10, 20년 만에 망가졌다는 점에서 낙관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지출 급증 와중에 기록적 세수 감소

2일 세정당국 등에 따르면 올해 세수는 당초 예상보다 18조4000억 원가량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예상한 국세 수입의 6.3%가 부족한 셈이다. 코로나발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과 고용이 동시에 충격을 받아 세입 기반이 무너진 여파다.

세수 감소 기미는 작년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국세 수입(293조4500억 원)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었다. 올해 실적은 이보다도 낮을 것으로 예상돼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세수 감소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세수 목표치 대비 실적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도 3월까지 23.9%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

반면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정부 총지출은 지난해 본예산 편성 당시 512조3000억 원에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531조 원이 됐다. 3차 추경을 반영하면 55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현재 40%대 초반인 국가채무비율도 머지않아 50% 선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는 유럽 국가들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국가채무비율이 40%대로 현재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재정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며 빠르게 재정건전성이 악화한 경우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가채무비율이 190.8%인 그리스는 1990년대 재정을 대폭 늘리고 연금 지출이 연평균 8.3% 증가하면서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했고 2004년 그리스 올림픽을 준비하며 재정이 위기에 빠졌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은 1990년대 중반 60, 70%대 국가채무비율을 공무원 임금 삭감 및 연금·의료보험 개혁으로 2007년 42.4%까지 낮췄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다시 100%대로 올라섰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없이 현재만 보고 재정을 늘리는 것은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면서 “확장 재정은 가장 손쉽지만 가장 위험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 재정건전성 논란은 있지만 기준은 없다

물론 정부도 재정 악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기류다. 하지만 현재로선 재정 지출로 경기를 방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이 건전해진다는 선순환론을 내놓은 만큼 정부 내에서 다른 의견이 고개를 들 여지는 많지 않다.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편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정부와 여당 모두 확장 재정 기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낮은 나라는 뉴질랜드 체코 등 4개국뿐이다. 미국(108.4%), 일본(224.7%), 프랑스(123.0%), 캐나다(95.5%), 독일(68.5%) 등 현재 재정을 풀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는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높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달러와 엔화, 유로화 등 기축통화를 쓴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돈을 찍어내 재정적자를 메워도 자국 화폐가치 보전에 큰 문제가 없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같은 선에서 비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재정이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재정 관련 정부의 싱크탱크인 조세재정연구원의 김유찬 원장은 최근 경기 침체 시 재정지출승수를 1.0으로 가정해 추경 30조 원을 투입했을 때 성장률이 1.5%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재정의 성장 기여도를 너무 높게 추산했다는 시각이다. 국가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투자자들이 채무상환 능력에 의문을 갖게 돼 금융시장에서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 경우 이자율이 증가해 민간기업이 타격을 받는다. 그리스는 국가채무비율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 2월 “2023년 국가채무비율이 46.0%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위축된 민간 수요나 해외 수요를 정부가 빠르게 채워줘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선진국의 국가채무비율이 10%포인트 이상씩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가 과도하게 재정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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