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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강제추행 혐의’ 오거돈 구속영장 기각…法 “사안 중하지만 구속 필요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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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구속 수사 원칙·증거 확보 등을 이유로 오 전 시장 영장 기각 / 吳 신병 확보해 구속상태에서 추가 수사 벌이려던 경찰…영장 기각, 당혹해하는 분위기 역력

세계일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부산 동래구 동래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성추행을 실토하며 시장직을 내려놓은 지 40일 만인 2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으나 구속을 면했다.

이날 오 전 시장 영장실질심사를 연 조현철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사안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했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기각 이유로 들었다.

◆오 전 시장 “성추행 사실 인정…구체적 범행 기억 안 난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오 전 시장 측은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범행이나 말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오 전 시장이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상태인 '인지부조화' 상태라며 범행의 우발성을 주장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앞으로 있을 보강 수사와 재판에서도 이를 강조하며 형량 감경 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검찰 측은 오 전 시장이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이유와 일련의 행동, 말 등을 미뤄 범행이 계획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 확보 등을 이유로 오 전 시장 영장을 기각하면서 경찰 수사는 난항에 부딪혔다.

애초 오 전 시장 신병을 확보해 구속상태에서 추가 수사를 벌이려던 경찰은 영장 기각에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자체 회의를 벌인 뒤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강제추행 외에 불거진 지난해 다른 성추행 의혹, 총선 전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총선 전 사건 무마 시도(직권남용) 의혹 등도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성추행 의혹 피해자 진술 등 확보 못할 시 추가 수사 어려움 겪을 수도

하지만 경찰이 새로운 증거나 다른 성추행 의혹의 피해자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영장 재신청 등 추가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오 전 시장 영장이 기각된 만큼 보강 수사한 뒤 다른 사건을 합철해 검찰에 송치할지, 강제추행 혐의만 분리해 송치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 전 시장 측은 집무실 성추행 혐의는 대체로 시인했으나 지난해 관용차 성추행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오 전 시장 사퇴 이후 한 달 넘게 수사해온 경찰은 이미 그가 혐의를 인정한 집무실 성추행 외에 별다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吳,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 두 차례 답한 뒤 황급히 자리 떠나

한편 오 전 시장은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유치장을 빠져나오면서 거듭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기계적으로 남기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8시25분쯤 부산 동래경찰서 2층 유치장에서 나와 경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1층 민원실 입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은 다소 굳은 얼굴로 '영장 기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나'라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두 차례 답한 뒤 인파를 헤치고 검은 SUV로 향했다.

그는 '영장 심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실인가' '남은 수사 어떻게 임하겠는가'라는 연이은 질문에도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뒤 인파를 헤치고 차에 올라탔다.

오 전 시장은 민원실 입구에서 나와 차에 올라탈 때까지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죄송하다'는 말만 기계적으로 답변하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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