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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이민자의 나라` 결국 인종차별 곪은 상처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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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자 이에 반발하는 강경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방화까지 발생하면서 사실상 미국이 비상 사태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가용한 모든 연방 자산과 민간인,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한동안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시위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사망 당시 47세)가 위조지폐를 사용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의 과잉 대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데릭 쇼빈(44)은 플로이드에 수갑을 채우고 바닥에 눕힌 상태에서 8분 46초간 무릎으로 목을 눌렀다. 호흡 곤란을 호소했음에도 쇼빈은 가혹 행위를 지속했고, 플로이드는 끝내 사망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자 미국 전역에서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플로이드 이전에도 유사 사건이 종종 발생해 그간 분노가 쌓일 대로 쌓여온 탓이다.

지난 2012년 플로리다주에서고 백인 자경단원 조니 짐머만이 17세 흑인 소년을 사살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이 비무장 상태였던 18살 흑인에게 총을 6발이나 쏜 사례 등이 있다. 총에 맞은 소년은 사망했으나, 윌슨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또 지난 3월에는 조깅하던 25살 청년 아후마우드 알버리가 백인 부자(父子)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자는 알버리를 강도라고 의심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했다고 주장했지만, 추후 영상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모두 사회적으로 이해될 만한 추론이나 합리적인 근거 없이 피부색과 편견에서 비롯된 사건들이다.

연일 항의 시위가 지속되는 동안 미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른 유색인종 차별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한 지역 사회 게시판에는 자신을 라틴계 미국인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미국에서 흑인 만큼 불편하게 여겨지는 존재는 라틴계"라며 "트럼프가 집권한 후 우리(라틴계)에 대한 차별이 늘어났다고 믿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누리꾼은 "미국 내 흑인과 라틴계 인구수는 비슷하다"며 "플로이드에 이어 '호세(라틴계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 중 하나로, 불특정 다수를 의미함)'에 대한 편견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은 게재된 지 이틀 만에 누리꾼 수백 명의 공감을 받았다.

이에 다른 누리꾼도 "그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라틴계뿐 아니라, 북미 원주민과 하와이 원주민, 동양인, 아랍인 등 모두에 대한 차별에 '안 된다'고 외쳐야 한다. 플로이드가 백인이었다면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지에 나섰다.

최근 시위에 참가한 한 교민도 매경닷컴과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동양인에 대한 차별·혐오도 심해졌다. 그래서인지 남의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교민은 "한국 밖으로 나서는 순간 우리(한국인)도 소수자"라며 "플로이드는 흑인이지만, 우리가 모두 플로이드다"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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