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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하버드 의대 교수팀, ‘역분화 줄기세포’로 파킨슨병 환자 치료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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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벨상 받은 기술 적용… 난치병 치료 가능성 엿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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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현지 연구실에서 세포를 배양 중인 실험용기를 들고 있다.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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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벨상을 받은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로 치료 받은 파킨슨병 환자가 회복됐다. 역분화 줄기세포로 파킨슨병 환자 치료를 시도한 것도, 치료에 성공한 것도 세계 최초다. 20여년에 걸친 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해 난치병 치료 가능성을 입증한 주역은 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동문이자 해외초빙 석좌교수인 김 교수 연구진이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 본인의 피부세포를 신경세포로 변형해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환자는 현재 구두 끈을 묶거나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만큼 운동 능력을 되찾았다. 이 임상 결과를 포함한 논문은 지난달 14일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실렸다고 KAIST 측은 전했다.

김 교수와 환자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학회에서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를 발표한 뒤 김 교수는 조지 로페즈라는 이름의 60대 의사 겸 사업가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파킨슨병 환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로페즈씨는 본인이 혜택을 받진 못해도 괜찮으니 파킨슨병 극복을 위해 연구해달라며 그 해부터 김 교수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김 교수는 연구 속도를 높였고, 로페즈씨의 피부세포를 이용하는 치료법을 확립했다.

연구진은 로페즈씨 피부세포를 어떤 조직의 세포로 자랄지 정해지지 않은 줄기세포로 전환했다. 이처럼 체세포를 거꾸로 분화시켜 발생 초기 상태로 되돌려놓은 것을 역분화 줄기세포라고 부른다. 이 기술을 처음 개발한 신야 야마나카 일본 교토대 교수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로페즈씨 세포로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를 연구진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로 자라도록 유도했다. 파킨슨병 환자 뇌에선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한다. 이 때문에 근육이 떨리고 움직임이 느려지며, 신체 여러 부위가 경직되고 걷거나 말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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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연구진의 파킨슨병 세포 치료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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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를 연구진은 2017년, 2018년 2차례에 걸쳐 로페즈씨 뇌에 이식했다. 그리고 2년여 동안 뇌 영상을 촬영해 경과를 관찰한 뒤 이번에 임상 치료 성공을 발표했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의사인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 제프리 슈바이처 박사는 “매우 고무적인 임상 치료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전까지 역분화 줄기세포로 치료 받은 사람은 황반변성증 환자 1명뿐이었는데, 그는 병이 호전되지 않았다고 2017년 학계에 보고됐다.

아직 단 1명의 환자에서만 성공했기 때문에 역분화 줄기세포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려면 더 많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후속 연구를 10여년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의 보편적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사람 배아에서 추출해야 하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 또 원래와 다른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성체줄기세포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어 줄기세포 치료에 최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역방향, 정방향으로 분화를 반복하는 모든 과정을 고효율로 진행해야 하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아 임상 도입이 까다로웠다. 연구진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분화 메커니즘을 밝혀냄으로써 임상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역분화 방식을 개발했다.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역분화 줄기세포 치료가 실제 환자에서 가능함을 보여준 건 큰 의미가 있다”며 “파킨슨병뿐 아니라 치매, 우울증, 조현병, 뇌졸중 등 다른 뇌질환에도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KAIST는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줄기세포 연구센터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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