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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G7 정상회담

G7 회의 초청…미·중 사이 '선택의 시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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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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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9.09.24.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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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급속하게 격화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취해 온 ‘전략적 모호성’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추구해 온 원칙과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입장을 뚜렷하게 밝혀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초청국가 중 가장 모호한 한국…미중 모두 주시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에 공식적으로 응했다. 미국은 9월께로 예정한 이 회의에 기존 G7 외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했다.

한국 외 초청된 국가의 구성을 볼 때 국제사회에서 반(反)중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국 견제 안보구상인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국가인 호주, 인도가 포함됐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이 회의 참석 자체가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적 방향을 드러내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G7 외 회의에 초청된 국가들 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된다. 호주는 가치관, 외교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명확히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안보적으로는 미국,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인도의 경우 인구·국력 등 영향력을 감안할 때 미중 어느 국가도 '택일'을 압박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으로 함께 하겠다는 걸 명확히 밝혀 온 곳이다. 가장 입장이 모호한 국가가 한국이다.

그런 만큼 미국도 인도, 호주, 러시아 보다는 한국에 가장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이 시험대에 섰다는 걸 아는 중국 역시 한국이 어떤 목소리를 낼 지 주의 깊게 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G7 확대회의 내지 G11 회의 참여는 한국의 국격과 위상을 높이는데 분명히 일조하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동시에 위기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미중 사이에 위치한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중견국들도 한국의 선택을 지켜볼 것"이라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이상은 미중 사이에서 견지해 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 내다봤다.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이 미중 모두의 신뢰를 잃는 원인이 된 동시에 남남갈등을 촉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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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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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모호성 더 작동할 수 없는 시점 닥쳐"



여기에 앞으로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 체계 및 한미일 안보협력,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지역 미사일 배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에 한국을 연계시키려는 미국의 의도, 화웨이 사태로 불거진 첨단기술에서의 국제표준 문제, 홍콩 인권문제 등과 관련 더이상 한국이 입장 표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차례로 닥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이 작동할 수 없는 시점이 닥쳤다"며 "미중 양쪽을 다 맞출 순 없고 손해와 비용을 감수하며 차선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주요 현안에 대해 확실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어느 수준에서 미중 갈등 관련 현안 논의에 참여할 것이고, 어떤 수준의 목소리를 낼 것인 지 결정해 가장 선봉에 서는 건 아니어도 적절한 시점에 선제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한권 교수도 "한국은 그간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서 한국의 국익 극대화를 추구해왔지만 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게 아니라 현안을 덮거나 우회해 왔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지 변화를 추구해야 할 지 정책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주요 현안에 대한 한국의 원칙과 입장 표명이 준비돼야 하고 여러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한국의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적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이런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부 입장을 표명해 미중 사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대응해 나가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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