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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5월 사상 두 번째 마이너스 물가…'마트 물가'는 껑충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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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물가가 사상 두 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전 세계를 덮친 저유가가 물가 전반을 마이너스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큰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0%대를 기록해 이미 디플레이션 초입에 진입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저공 비행하던 물가가 코로나19라는 '겹악재'를 만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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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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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간 단 두 번 '마이너스 물가'…최근 2년간 기록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104.71로 지난해 5월보다 0.3% 떨어졌다. '마이너스 물가' 현상이 나타난 건 지난해 9월(-0.4%) 이후 사상 두 번째이자, 8개월 만이다. 1965년 물가 통계를 집계한 이래 55년간 두 차례밖에 나타나지 않은 마이너스 물가가 최근 1년 새 다 나온 셈이다. 지난해 8월(-0.038%) 소수점 둘 째 자리까지 고려한 '비공식 마이너스'를 포함하면 세 번째다.

5월로 시야를 좁히면 저물가 현상은 코로나19 영향이 크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우선 석유류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7% 하락해 전체 물가를 0.82%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공장이 셧다운하는 등 원유 수요가 급감한 탓에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정유사에서 원유를 정제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2~3주간의 시차를 고려하면, 4월 급락한 원유 가격이 5월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4월 20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종가 기준)를 기록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유가를 나타냈다.



세계적 저유가 영향…정부, "디플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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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5월 소비자 물가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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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수요 감소 영향도 지속하고 있다. 소비자가 공공장소를 기피하며 오락·문화 분야 물가가 1.6% 떨어졌고, 여행 수요가 줄며 해외 단체여행비가 7.7% 하락했다. 여행 수요 감소로 교통 이용이 줄자, 자연히 교통 물가가 6.9% 내려앉았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달의 연장선에 있는 현상이다. 4월에도 오락·문화(-2.5%), 교통(-2.3%), 해외단체여행비(-10.1%), 승용차 임차료(-16%) 등 오프라인 소비와 관련 물가가 크게 하락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달 마이너스 물가는 감염병에 의한 충격이 크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난달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렸지만, 5월 초 이태원 발(發) 코로나가 확산해 아직 소비가 본격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코로나19의 잔불이 잦아들면 재난지원금 사용 만기인 8월까지는 소비 회복 여력이 남아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추세적 저물가…GDP디플레이터 5분기 연속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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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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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 이전부터 나타난 저물가 현상을 고려할 때, 이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생산자물가, 임금, 환율까지 종합한 물가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이미 재작년부터 마이너스 상태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1분기보다 0.6% 떨어져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적 등락 폭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5월 105.86으로 전년 동월(105.37)보다 0.5%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0.9%) 이후 10개월 연속 0%대다. 또 정책 당국이 설정한 적정 물가 상승률은 약 2%이지만, 소비자물가는 2018년 11월(2.0%) 이후 1년 6개월째 한 차례도 2%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와 상관없는 추세적으로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며 "규제 개혁 없이 재정 투입만 하다 보니 민간 경제의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아직은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물가 하락의 원인이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수요 부족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있다는 해석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서 향후 물가 예측이 어렵다"며 "마이너스 물가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체감 높은 '마트 물가'는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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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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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변하며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뛰었다. 배추(102.1%) 등 채소류는 9.8% 올랐고, 수산물도 7.7% 올랐다. 돼지고기(12.2%), 쇠고기(6.6%)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통계청은 "채소ㆍ수산물은 작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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