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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해저케이블 사업 왜 어렵나…태풍 만나면 수백억 손실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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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편집자주] 해저케이블은 '전선의 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꽃은 아무나 만들지 못한다. 전 세계 11조원에 달하는 해저케이블 시장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단 4개국 업체가 '빅4'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2008년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내로라하는 해외 경쟁사를 제치고 유럽과 미국 등 곳곳에서 사업 수주를 하고 있다. 바다 속 극한 환경을 뚫고 세계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사업. 이 유망 사업에서 한국이 어떻게 힘을 길렀는지 집중 점검해본다.

[MT리포트]②해저케이블 사업은 왜 아무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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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LS전선이 국내 사업 중 최고가인 3300억원 규모의 전남 진도-제주간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싶었던 작업은 2010년 7월 매설 단계에서 엄청난 난관에 부딪혔다. 바닷물이 탁하고, 조류가 강해 공사가 한 달 가까이 지연됐다.

8월 들어 태풍 덴무가 한반도로 향하며 공사 진행은 더 힘들어졌다. 강한 파도로 공사를 맡은 포설선이 조난 위기에 빠졌다. 당시 포설선에는 70여명의 선원과 LS전선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LS전선 최고경영진은 포설선 철수를 결정했다. 진도에서부터 깔아오던 17㎞의 해저케이블을 포기해야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매설 도중 작업이 중단되면 중간에 끊어버리는 케이블을 통째로 버려야 한다. 케이블 포기로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각오한 결단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 LS전선은 준공 마감일을 지키기 위해 해저케이블 포설선을 3척으로 늘렸다. 1대당 하루 사용료만 1억2000만원에 달하는 배였다. 하지만 기한을 맞추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LS전선의 이런 경험은 훗날 고스란히 시공능력으로 이어졌고, 시장의 신뢰을 얻는 발판이 됐다.

해저케이블은 심해의 조류와 파도 등 외부 악조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때문에 개발·생산 단계는 물론, 매설작업에서도 고난도 기술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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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만든 수십㎞짜리 케이블을 끊어지지 않도록 선박에 싣는 것부터 쉽지 않다. 원형의 '턴테이블'을 공장과 선박에 설치한 후 1분에 5~10m 속도로 팽이 줄을 감듯 케이블을 배로 이동시킨다. 이후 해저케이블을 배에 싣고 매설 지점으로 이동해 수중로봇이 바다 밑에 케이블을 매설한다.

매설 작업은 2010년 LS전선의 진도-제주 매설 사업에서 보듯 돌발변수와의 싸움이다. 사전에 해저지형과 화산대·지진대 탐색, 해상 경계 등을 파악하려고 탐사를 진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반이 나타나거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계획을 즉시 수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음파를 통해 미리 지형을 파악하지만 바다 밖에서 이뤄지는 기초조사이기 때문에 실제 바다 속 현장에서는 돌발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파도와 조류로 시공선이 흔들리면 정확한 좌표에 케이블을 내려 매설하기까지 유연한 판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해저케이블을 바다 속 땅밑에 매설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통신용 해저케이블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통신이 끊기는 정도에 그치지만 송전용 해저케이블에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정전 같은 최악의 피해가 생긴다. 이에 따라 송전용 케이블은 어선이 조업 중 건드리거나, 대형 어류가 케이블을 파손시킬 가능성을 막기 위해 수중로봇이 심해에서 땅을 판 후 케이블을 깔고 다시 콘크리트나 자갈로 덮는 방식을 쓴다.

해저케이블 업체의 기술력을 판가름 짓는 최대 관건은 케이블 연결 노하우다. 통상 최대 50㎞까지 한 가닥으로 뽑아낸 케이블은 설치 거리에 따라 다른 한 가닥의 케이블과 연결해 매설한다. 이때 실제 한 가닥 케이블처럼 연결해야만 송전 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만약 자연재해로 케이블을 한 번에 설치하지 못할 경우에는 케이블이 끊어진 부분을 다시 잇기도 하는데 이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손에 꼽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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