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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귀신 붙었다" 손발 묶고 불지르고 굶겨···사람 죽인 '퇴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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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주지법 군산지원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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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붙은 귀신을 쫓는다며 주술의식을 강행하다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무속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주술의식을 의뢰하고 무속인을 도운 피해자 아버지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김동혁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무속인 A씨(44·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주술의식을 의뢰하고 방치한 피해자 아버지 B씨(65·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해 6월 15일부터 나흘 동안 전북 익산시 모현동 아파트와 충남 서천군 한 유원지에서 주술의식을 하다가 C씨(27·여)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몸에 붙은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이유로 C씨의 손발을 묶고 옷가지를 태운 뒤 연기를 마시게 하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C씨가 화상을 입었으나 A씨는 치료는커녕 상처 부위에 '경면주사'(부적에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물질)를 발랐다. 또 '귀신에게 밥과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C씨를 굶겼다.

'그만하라'는 C씨의 외침은 철저히 무시됐다. C씨는 얼굴과 가슴, 팔 등 신체 상당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며칠 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C씨는 같은달 18일 오전 10시쯤 탈수와 흡입화상 등으로 결국 사망했다. 피해자 아버지 B씨는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B씨는 오랜 기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던 딸을 낫게 하겠다며 A씨에게 주술의식을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술의식 진행 당시 모든 과정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오랜 치료에도 딸이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비합리적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범행 내용이나 방법 등을 보아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애초에 정신질환을 낫게 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음에도 속칭 퇴마의식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겼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B씨는 자녀에게 악의나 적대감으로 해를 가하기보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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