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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개월만에 ‘마이너스’···정부 “디플레이션 판단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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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개월만에 ‘마이너스’···정부 “디플레이션 판단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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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8개월만에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인하와 무상교육 등 복지 정책의 영향이 컸지만,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20여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이 물가를 끌어내린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장기간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8개월만에 마이너스 물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3% 하락했다.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0.4%) 이후 8개월만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 인하에 따른 석유류 가격의 급락”이라며 “교육 분야의 정책지원으로 고등학교·유치원 납입금이 많이 낮아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휘발유(-17.2%)와 경유(-23.0%), 자동차용LPG(-14.4%), 등유(-16.3%) 등 석유류 제품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모두 감소했다. 석유류 물가 하락은 전체 물가를 0.82%포인트 끌어내렸다.

공공서비스에 포함되는 고등학교 납입금은 66.2%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가 석유류 다음으로 물가를 가장 많이 하락(-0.27%포인트)시키는 데 기여했다. 학교 급식비는 63.0% 줄었다.


■코로나19로 엇갈린 물가 등락

전체 서비스물가 상승률(0.1%)은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여전히 민간 소비가 부진한 상황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교육 물가는 2.8% 감소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6년 1월 이후 최저 상승률이다.

오락·문화 물가는 2006년 9월(-3.6%) 이후 가장 큰 1.6% 하락했다. 0.8% 오른 음식·숙박 물가는 1999년 3월(-2.1%) 이후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반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3.1% 올랐다. 상승률은 돼지고기(12.2%)와 국산쇠고기(6.6%) 등 육류와 고등어(16.4%), 달걀(9.1%) 등에서 높았다. 안 심의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로 집소비가 늘어 축산물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축산물 소비로 이어져 가격이 올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안 심의관은 “특히 돼지고기는 (물가를) 조사하는 도중에 계속 올랐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부인하는 정부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측 요인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이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매달 0%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1~3월 1%대로 반등했는데, 지난 4월(0.1%)부터 급락하며 마이너스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 심의관은 “경기가 안좋아지며 수요 부족에 의해 물가가 낮아지고, 낮아진 물가가 일정기간 지속될 때를 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한다”며 “지난달 마이너스 물가는 원인이 수요보다 공급측 요인이고 한달밖에 되지 않아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물가 상승 전망도 불투명하다. 통계청은 국제유가 상승과 재난지원금 소비 확대를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세계경제 위축에 따른 전세계 가치사슬(GVC) 약화가 공급 문제를 일으킬 경우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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