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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의 삼성···'낸드플래시 치킨게임' 신호탄 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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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이어···9조원 투자 평택 낸드플래시 공장 내년 가동

'규모의 경제' 실현···10여년전 D램처럼 낸드시장 재편 전망

미중 패권경쟁 속 점유율보다는 수익 확대에 초점 관측도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1일 약 9조원을 들여 경기도 평택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이후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에서도 ‘치킨게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투자에 나설 경우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높은 원가 경쟁력 때문에 여타 업체의 수익성 하락은 물론, 삼성전자로의 시장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미 D램 시장은 2012년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 등 3개 업체의 독과점 구도가 고착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찾아올때 마다 이들 업체는 연간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D램 사례를 감안하면 낸드플래시 시장 또한 수년내에 주요 업체의 절반만 살아남는 독과점 형태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2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1,1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시장의 27% 수준이다. 이 중 D램 시장은 624억달러를, 낸드플래시는 445억 달러를, 기타 메모리는 45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18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1,628억달러(D램 999억달러, 낸드플래시 580억 달러, 기타 메모리 50억달러)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그만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경영상황도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위축 상황에서도 D램 부문은 낸드플래시 대비 여전히 수익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D램은 3개 업체가 독과점하는 시장인데다 전하를 캐패시터로 저장하는 구조이기때문에 제작 난도 및 재료비 등이 높기 때문이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격 기준 MLC 낸드플래시 제품을 동일 용량의 D램으로 환산할 경우 PC용 D램은 11.7배, 모바일용 D램은 13.2배, 서버용 D램은 16.8배 가량 가격이 높다.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SK하이닉스·인텔 등 나머지 5개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부문은 올 1·4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33.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 중인 와중에 키옥시아(19.0%), 웨스턴디지털(15.3%), 마이크론(11.2%), SK하이닉스(10.7%), 인텔(9.9%) 등 6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단일 시장에 공급자가 많을 수록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마이크론 정도가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PC용 D램(DDR4 8Gb 기준) 고정거래 가격이 올들어 다섯달 동안 줄곧 오름세를 기록하는 반면 128Gb MLC기준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석달 연속 4.68달러를 기록하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낸드플래시 업체들을 울상짓게 하는 부분이다. 낸드플래시 부문 업계 5위인 SK하이닉스 조차도 D램 이익을 바탕으로 낸드플래시 부문 손실을 메우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업체들이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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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을 염두에 둔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여년 전 전개된 D램 치킨게임에서 독일의 키몬다(2009년 파산)와 일본의 엘피다(2012년 파산) 등이 쓰러지는 와중에 살아남아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D램 치킨게임 역사를 살펴보면 1차 치킨게임은 2007년경 대만 업체들이 D램 생산량을 늘리며 2년만에 관련제품 가격이 10분의 1수준까지 떨어지며 발발했다. 한때 세계 2위의 D램 생산업체이자 차량용 반도체 업체의 절대강자인 인피니온의 자회사이기도 했던 키몬다가 이 같은 치킨게임에 파산을 선언한다. 당시에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D램 생산업체들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하루하루 위태로운 경영 행보를 보였다. D램 시장의 2차 치킨게임은 대만과 일본 업체들의 잇딴 생산라인 증설로 2010년께 발발한다. 1차 치킨게임 당시 일본 정부의 지원과 채권단의 자금 지원 등으로 살아남았던 엘피다는 2012년 D램 가격 급락과 ‘엔고’라는 파고에 쓰러지고 만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 상황은 D램 치킨게임 당시와 비교하면 훨씬 각 업체들에게 우호적이다. 우선 업계 3위인 웨스턴디지털은 2위인 키옥시아와 합작사를 운영 중에 있는 등 긴밀한 관계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계산 할 때 키옥시아(19.0%)와 웨스턴디지털(11.2%)의 점유율을 합쳐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낸드플래시 2위와 3위 업체간의 협업을 통해 1위 업체를 뛰어넘는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다.

낸드플래시 시장 4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D램 시장에서 3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5위 업체인 SK하이닉스 또한 D램 시장 2위를 자랑하는 등 막강한 ‘캐시카우’를 보유중이다. 서버와 PC용 중앙처리장치(CPU)의 절대 강자이자 낸드플래시 시장 6위 업체인 인텔은 최근 낸드플래시 업계의 핵심 수익사업으로 떠오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28.3%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문제는 중국 업체의 부상에 따른 낸드플래시 자체의 수익성이다. 낸드플래시는 36단→48단→72단→96단→128단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지만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YMTC가 올 연말 128단 제품 양산을 공언할 정도로 D램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 YMTC가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할 경우 한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2년 이내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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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묻지마 지원’ 및 애국 소비 등을 바탕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원가 이하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불량 D램을 쓸 경우 제품 기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국과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단순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D램 대비 구동 관련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의 ‘낸드플래시 굴기’ 야망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폭스콘 등의 회사를 보유해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량을 장악하고 있어, 낸드플래시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에도 각 업체들이 수익 개선을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굳이 ‘치킨게임’을 벌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D램 시장에서 가격담합 및 끼워팔기 등의 혐의로 D램 3사에 대한 조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미국 업체인 마이크론 때문에 중국 당국이 무작정 독과점으로 결론내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으며 아직도 관련 조사가 진행중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독과점 지위가 강화될 경우 D램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등 경쟁국의 훼방이 있을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상승 보다는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낸드플래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예전처럼 시장 점유율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우월전략’으로 볼 수 없게 됐다”며 “다만 낸드플래시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시황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삼성과 같은 공격적 투자 전략을 택할 기업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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