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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비하인DOO] '이흥련 누구?' 아닌, '야구 선수' 이흥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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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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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흥련을 이야기했을 때 '아 야구 선수' 이렇게 알아만 주셔도 좋다. '이흥련 누구냐'가 아니라(웃음)."

지난 1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으니 이흥련(31, SK 와이번스)은 '야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2013년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꿈이라고 하기에는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흥련은 기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왜 '야구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이야기해줬다.

"야구를 못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진 않다. 백업으로 오래 생활해서 경기는 적게 나갔어도 필요할 때 자기 몫을 해줬던 선수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감독님, 코치님, 팬들이 원하는 순간에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게 더 연습하고 노력하겠다."

이흥련은 2013년 홍익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5라운드 47순위로 지명됐다. 2014년 1군에 데뷔해 줄곧 백업 생활을 했다. 2016년까지 80경기 내외로 뛰며 삼성에서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두산이 FA 3루수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이흥련을 지목했다. 이흥련은 당시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제대로 바뀐 유니폼을 입어보기도 전에 군 생활을 시작했고, 2018년 제대해 7경기를 뛰었다.

2019년은 이흥련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다.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가 FA로 이적하면서 박세혁, 이흥련이 사실상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흥련은 장승현과 함께 2군을 오가며 백업으로도 적은 기회(27경기)를 얻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새 안방마님으로 박세혁을 낙점한 뒤 '확실한 주전'을 키운다는 목표로 움직였다.

이흥련은 사실 경찰청에서 '삼성이 아닌 두산으로 복귀한다'는 부담감에 2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제대한 뒤로는 새 팀에서 새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슬럼프에 빠진 타격까지 원위치로 되돌려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2019년 한국시리즈까지 동료들과 함께하며 통합 우승을 이룬 뒤에야 "그래도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2020년 시즌을 맞이하면서 두산 백업 포수진에 변화가 생겼다. 두산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베테랑 정상호를 7000만 원에 영입했다. 기존 포수진에 경험과 노련미를 더한다는 계산이었다. 2020년 신인 2차 1라운드 9순위로 경기고 포수 장규빈을 영입하며 다음까지 계산했다. 김 감독은 장규빈을 차기 주전감으로 생각하며 호주 스프링캠프로 데려가 직접 확인했다. 아직 다듬어야 할 게 많은 열아홉 살 어린 선수지만, 김 감독은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을 내렸다.

당장, 그리고 다음에도 두산에서 31살 포수 이흥련에게 많은 기회가 가기 힘들었다. 실제로 올해 1번 포수는 박세혁, 2번 포수는 정상호가 차지했다. 두산은 기회가 되면 이흥련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마침 SK가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겪자 두산에 손을 내밀었다. 두산은 불펜 보강에 필요한 우완 이승진을 요구했고, SK가 동의하면서 지난달 29일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추가로 SK는 외야수 김경호, 두산은 포수 권기영을 주고받았다.

8년 가까이 백업으로 생활하면서 이흥련은 "주전"이라는 욕심은 내려놨다고 했다. "주전이 돼야 한다는 욕심만 갖고 살다가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다하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욕심'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려던 차에 이흥련에게 생애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흥련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K 유니폼을 처음 입고 치른 지난달 30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9-3 승리에 기여했고, 31일 한화전에서는 결승포를 터트리며 6-4 역전승을 이끌었다. 트레이드를 성사 시킨 SK 관계자들을 2경기 만에 흡족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생애 최고의 이틀을 보낸 이흥련은 두산에서 맺은 인연을 잊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도 인사성이 밝고 예의가 발라 두산에서 2년 조금 넘게 지내는 동안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흥련은 트레이드가 성사된 날 새벽에는 김태형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문자를 남겼고, 30일 수훈선수가 된 뒤에는 두산 고위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좋은 팀에서 지내 행복했다.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김 감독과 두산 관계자들은 "가서 잘하니까 좋은 일"이라며 SK 이흥련의 활약을 그저 흐뭇하게 지켜봤다. 두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3루수 허경민은 이흥련의 3안타 활약 소식을 듣자 자기 일처럼 기뻐했고, 외야수 김인태는 "(이)흥련이 형이 끝나고 연락하니까 '운이 좋았다'고 해서 겸손한 척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1, 2군에서 같이 지내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정말 좋은 형이었다. 가서 잘하니까 나도 기분이 좋더라. 대신 다른 팀이랑 할 때만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흥련은 '야구 선수'로 기억되기 충분한 2경기를 치르며 옛 구단 식구들과 현 구단 식구들 모두에게 축하를 받았다. 이재원이 부상에서 돌아올 때 상황은 바뀔 수 있지만, 나중 일이다. 프로 8년차 야구 선수 이흥련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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