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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반도체 18조 투자+무노조경영 철폐' 삼성 이재용, 한달새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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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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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 머니투데이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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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사과문)

#'리쇼어링' 앞장선 이재용의 뉴 삼성

#한달새 평택에만 18조 투자, 낸드는 초격차+파운드리 도전장

#삼성그룹 CEO는 노사관계 열공중…해고노동자 돌아와!

지난달 6일, 그간 논란이 됐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대국민사과에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한달새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뚫고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전격 방문한 후, 한달새 무려 18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를 결정한 것. 지난달 21일 평택에 10조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 조성을 공식화한 데 이어 지난 1일, 마찬가지로 평택에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라인 구축 투자를 결정했다.

이 부회장의 말 대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낸드플래시)에 집중하는 동시에, 과감한 신사업(파운드리)으로 반도체 분야에서의 초격차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3년여만에 모인 삼성그룹 사장단은 새롭게 정립될 삼성그룹 내 노사관계 스터디가 한창이다. 삼성의 해고노동자 김용희씨도 마침내 355일만에 고공농성을 마치고 땅을 밟았다. 이 모든 것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 후 불과 한달만에 모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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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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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하는 분야에 더 집중…메모리반도체 초격차는 이제부터!

최근 삼성전자가 무려 18조원의 거액을 쏟아붓기로 결정한 평택캠퍼스는 지난 2015년 당시 1개 라인에 무려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투자가 이뤄진 삼성의 반도체 핵심기지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과감한 선제투자가 지난 2017년과 2018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기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 결정이 주효했다는 것.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으로 나뉜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65%가 시스템 반도체로, 삼성전자는 나머지 35% 메모리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제치고 압도적인 선두자리를 지켜내왔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세계시장 점유율은 33.3%로 1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D램 또한 시장점유율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올 연말 128단 3D(3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중국기업들의 맹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중국기업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은 반도체 셀(데이터 저장공간)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저장용량을 확장하는 것이다. 평면으로만 배열하다 단위면적당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층층이 쌓기 시작해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셀을 100단 이상 적층한 6세대 V낸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이번 평택사업장 8조원대 투자를 통해 내년 하반기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작업이 완료되면 2라인에서 최첨단 낸드플래시 제품이 대량 양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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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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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과감한 도전…'美-中' 격전지 시스템반도체를 노린다

지난달 평택에 1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 구축을 결정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시스템 반도체는 모든 걸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조립), 패키징(포장)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나눠져 있다. 삼성은 그 중 2번째 단계 파운드리 시장 2위로 몸집을 불려왔다. 대만 TSMC가 시장 점유율 54.1%로 1위이고, 삼성전자는 15.9%로 2위로 격차가 꽤 크다.

사실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경기와 수급의 영향이 적어, 반도체 가격의 변동폭이 적은데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오직 파운드리에만 집중했던 대만의 TSMC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애플, 퀄컴 등 '설계도'를 든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기술력도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TSMC는 삼성보다 7나노(nm), 5나노를 먼저 개발했다. 이제 3나노를 놓고 경쟁하고 있긴 하지만 그 사이 시장점유율 차이는 더 벌어졌다.

시스템 반도체의 '두뇌'격인 '팹리스'는 미국기업이 꽉 잡고 있다. 1위는 퀄컴, 2위는 AMD, 3위인 브로드컴 모두 미국계 회사다. 팹리스는 보다 치열한 '두뇌' 싸움의 영역이다. 일단 '기술'만 잡으면 부가가치는 높다. 미국이 일찌감치 '고부가가치'를 가진 팹리스에 집중한 이유다. 미국은 R&D 투자 규모도 세계 1위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2016년 반도체 굴기 선언 후 2017년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을 13%로 늘렸다.

삼성 입장에선 쫒아오는 중국 기업을 제치고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과감하게 파운드리 시장에 배팅을 한 셈.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은 경기도 기흥(2개)과 화성(3개), 미국 오스틴 등 6개가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평택캠퍼스에 구축하는 파운드리는 삼성의 7번째 파운드리 라인으로 내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되는 최첨단 낸드플래시 제품까지 양산되면, 삼성은 평택에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의 꿈을 이뤄낼 수 있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노사관계 열공중…해고노동자도 '복직'

국내를 대표하는 무노조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던 삼성그룹은 지난 5월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를 계기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앞서 지난달 7일, 삼성그룹 계열사 인사팀장들 또한 문 위원장으로부터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방안'에 대한 특강을 듣기도 했다.

아울러 복직을 요구하며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355일간 고공농성을 이어가던 김용희 씨도 최근 삼성과 합의 끝에 농성을 중단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용희 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며 "김용희 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고 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달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진행된 후속조치다.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와의 대화를 위한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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