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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이 남긴 숙제 '피해자 중심주의'…文정부서 21명 세상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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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문제, 개인 배상으로 끝나선 안 돼"

"당사자가 원한다는데…정대협 무서워했다"

'피해자 중심주의' 의미부터 바로 세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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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가유족회 회장이 1일 인천 강화군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정대협)를 비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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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한국정신대책문제협의회)과 윤미향(전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 중심의 단체가 아니라 또 하나의 권력 단체를 살찌우는 데 혈안이 되었을 뿐이다.”

일본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도 4~5월 세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정대협이 지난 30년 간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이 할머니의 외침은 지금까지 위안부 운동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과거사 문제 접근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온 ‘피해자 중심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볼 시점이라고 말한다.



‘피해자 지원단체=피해자’로 굳어진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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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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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은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피해 증언 이후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지난 30년간 정대협·정의연은 일본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여론을 조성하며 위안부 운동의 주축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정대협과 정의연은 성역이 됐다. ‘피해자 단체가 곧 피해자’라는 공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이같은 점은 2017년 외교부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2015년 위안부 합의 검토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고서는 2015년 한·일 합의에서 ‘피해자 중심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며 “(당시) 외교부는 협상에 임하면서 양국 정부 사이에 합의하더라도 ‘피해자 단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 단체’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피해자와 단체를 동일시한 것이다.



文 정부도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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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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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과거사 해결의 제1원칙으로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핵심 요소로 “문제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미 있는 참여와 협의를 보장하는 것”(2018년 1월 9일 대변인 정례 브리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여성·인권 문제 전문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7년 TF 보고서 발표 이후 23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일일이 면담했다.

그런데 이후 과정을 보면, 화해·치유재단 해산 외에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잘못됐지만, 정부 간 합의여서 파기는 아니다”는 선언에 발이 묶여 일본 정부와 재협상을 시도하지도, 그렇다고 피해자들을 위한 새로운 구제 조치를 마련하지도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정부의 태도 때문에 상황이 2011년 8월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문제 해결의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판결 이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새 김복동·곽예남 할머니 등 21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세상을 떴다.



"피해는 집합·역사적인 것" VS "당사자 의사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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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에 불거진 부정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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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피해자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불충분한 해법을 수용하는 게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5년 합의를 피해자 중심주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 『2015년 한·일 외교장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서 피해자는 어디에 있(었)나? : 그 내용과 절차』가 있다.

양 교수는 논문에서 “여성들의 피해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집합적이고 역사적인 것”이기 때문에 “생존 피해자 40여명의 의견과 존재는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배상 문제가 이 개인들에 대한 배상으로 그칠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의기억연대 등 단체들은 이런 논리로 “사과와 배상에도 일정한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면에서 윤미향 사태는 개인 비리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 단체는 반대하지만, 피해 당사자가 수용하기를 원하는 해법이 있다면 이를 단체가 (암묵적으로라도) 막을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적어도 “할머니들이 생전에 정대협이나 윤미향 대표를 무서워했다”(양순임 회장)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중심주의'의 의미를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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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관련 사진 전시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한 시민이 전시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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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정부가 최우선시하겠다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언론·시민단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정한 피해자 중심적 해결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해왔다”며 “이는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진정한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240여 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이제 17명뿐이다. 위안부 피해자 다수가 세상을 떴다는 건 ‘피해자 없는 위안부 운동’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이때가 되면 ‘할머니들의 진정한 유지’를 주장하는 과거사 단체들의 이전투구가 벌어질 수도 있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비단 위안부 문제 해결에서만 작동하는 원칙도 아니다. ‘개별 피해자-단체’는 물론 ‘단체-단체’ 간의 괴리는 현 정부가 직면한 강제징용 문제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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