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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나누면 다 가족? 소설가 손원평이 영화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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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감독 데뷔작 ‘침입자’ 4일 개봉

실종 25년 만에 돌아온 여동생

낯선 가치관 지닌 채 가족 앞 등장

소설 『아몬드』 잇는 가족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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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서진(김무열)은 가족의 변화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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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내가 가장 나다워지고 편히 쉴 수 있어야 하는 곳인데, 받아들일 수 없는 낯선 가치관의 사람이 돌아온다면 피가 섞여도 나는 그 사람을 가족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가족에 대한 저의 질문이었죠.” 4일 개봉하는 가족 스릴러 ‘침입자’로 장편영화 데뷔작을 내놓는 손원평(41) 감독의 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는 사고로 아내를 잃은 건축가 서진(김무열)이, 어릴 적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을 25년 만에 되찾으면서 휘말리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다. 잃어버린 아이가 기대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주제는 손 감독의 첫 장편소설 『아몬드』를 잇는 것이다.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해외 12개국에 수출되며 올해 일본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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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돌아온 유진(송지효)과 조카 예나(박민하).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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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딸로서도 화제가 된 그는 “가족을 포함, 개인적인 질문은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꺼렸다. 다만 이 영화를 기획한 8년 전을 돌이키며 당시 “첫 아이를 얻으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자문했다”고 했다.

“부모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아이가 컸을 때도 상상해보게 됐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사랑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끝까지? 그런 질문들을 이야기로 풀어봤다”면서 “가깝고 보편적인 주제가 조금만 뒤틀렸을 때 오는 스릴이 흥미로워 스릴러 장르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영화 경력이 더 앞섰다. 대학시절 국어 교양수업에서 ‘미술관 옆 동물원’ 시나리오를 접한 걸 계기로 영화에 눈뜬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단편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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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촬영 당시 모습.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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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그렇고 영화도 습작 기간이 오래 걸렸어요. 이번엔 진짜 될 것 같은데 안 되고, 이걸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에요. 너무너무 찍고 싶은데 막판에 엎어지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소설 『아몬드』가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는 16세 소년의 심리 묘사에 공들인 성장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공포 서린 서양풍 전원주택, 최면술, 두 얼굴의 가족 등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익숙한 설정들이 더 눈에 띈다.

손 감독은 “작가로서 의무는 절대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들여다보고, 그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든 동의하지 못할지언정 인간 대 인간으로서 최소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럴 수 있는 매체가 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는 담보해야 할 다른 것들이 많아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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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손원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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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베스트셀러인 『아몬드』를 영화화할 수도 있었을 텐데.

A : “문의를 몇 번 받았는데 판권을 닫았다. 아이들이 책 잘 안 읽는 시대에 청소년들이 많이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꼈다는 평이 기뻤기 때문이다. 한 번 영상으로 옮겨지면 상상의 여지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책의 형태로 남겨놓고 싶다.”

Q : 이번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공들인 장면은.

A : “예고편에도 나왔는데 (여동생이 돌아온 뒤) 가족들이 이상해져서 어떤 구도 안에 담긴 모습이 정물화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집의 모습도 고즈넉하고 일상적인 모습에서 점점 이상하게 표백돼가고. 그런 표백된 집안에서의 정물 같은 느낌.”

Q : 애초 의도가 잘 구현됐다고 보나.

A : “만들면서 너무 오래 봐서, 판단의 영역을 넘어섰다. 거친 면도 있고 당연히 아쉽기도 한데, 지금은 코로나 시대에 다시 관객의 발걸음을 견인하는 첫 영화로서 안전하고 좋은 선례를 남기고픈 마음뿐이다.”

이번 영화는 3월 개봉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 차례나 연기됐다. 총제작비는 65억원 안팎, 관객 1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개봉하는 한국 상업영화다.

손 감독은 “영화 ‘사냥의 시간’이 (코로나19 여파로) 넷플릭스로 간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면서 “힘들게 찍은 첫 상업영화를 극장 상영하는 게 큰 꿈이었는데 못 이루겠구나 생각했다. 관객들이 극장으로 들어오는 걸 눈으로 보기까진 실감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Q : 작품의 설정처럼, 최악을 가정하는 편인가.

A : “부정적인 성격은 아니다. 잘 안 놀라고 잘 안 떨고 되게 무덤덤한데 저랑 반대되는 상황을 많이 생각해본다. 하나의 마음의 대비책 아닐까.”

요즘 그는 ‘침입자’ 개봉 준비에, 초등학생인 아이 개학까지 겹쳐 코로나19 속 대혼란을 겪었다며 웃었다.

“아이와 함께 저도 부모로 태어나서 같이 커가는 것 같아요. 놀랍고 고맙죠. 생각이 어떻게 뻗어갈지 모르지만, 지금은 동화 쓰는 게 목표에요. 제가 책을 언제 가장 좋아했더라, 하면 어릴 적이거든요. 어른이 돼서 쓰는 소설은 뭔가 괴로운데 동화는 써보니까 쓸 때도 재밌더라고요. 아이가 된 느낌으로 순수한 창작의 즐거움이 느껴져서요. 차기작은 7~8월에 네 남녀의 잔잔한 연애소설이 하나 나오고요, 이제 동화를 써보려고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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