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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메모리반도체에 8조원 투자…1위 삼성의 ‘초격차’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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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공장에 생산라인 증설

경향신문

삼성전자 경기 평택사업장 메모리반도체 생산시설 전경.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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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사업장에 8조원 규모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같은 사업장에 시스템반도체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구축 소식을 전한 지 11일 만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돼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서 ‘메모리 초격차(넘볼 수 없는 차이)’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올 초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거듭 강조해온 ‘미래 투자’의 일환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을 추가로 구축하는 공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평택사업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전초기지로, 2015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라인 2개가 차례로 건설됐다. 내년 하반기 증설 작업이 완료되면 2라인에서 최첨단 낸드플래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7조~8조원 규모의 투자”라고 평가했다.

파운드리 10조 이어 11일 만에
낸드플래시 클린룸 늘리기로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처음 업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올 1분기 D램익스체인지 조사에서도 33.3%의 점유율을 기록해 19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매특허는 반도체 셀(데이터 저장공간)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저장용량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셀을 평면으로만 배열해오다 단위면적당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층층이 쌓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셀을 100단 이상 적층한 6세대 ‘V낸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확산에 따른 중장기 수요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고화질 콘텐츠 소비 증가 등으로 낸드플래시를 재료로 하는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사용량은 2016년 16ZB(1ZB는 1조GB)에서 2025년 163ZB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경기회복까지 더해져 시장 수요가 지금보다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갈등 영향 덜 받는 분야
코로나 여파 SSD 수요도 급증
내년 ‘기술 격차’ 본격화 기대

낸드플래시는 미·중 갈등 여파가 덜한 제품이기도 하다. 미국이 자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지만 한국 기업에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화웨이가 국내에서 사들인 부품 구매액은 13조원으로, 전체 금액의 90%가량이 메모리반도체에서 발생했다. 이번 투자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128단 낸드플래시의 연내 양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바짝 뒤쫓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성격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투자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평택사업장에 10조원을 투자해 극자외선(EUV) 기반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최철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반도체 초격차를 더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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