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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삼중 위기’ 에 트럼프 지도력 실종…혼돈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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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 위험성 일축하다

세계 최대 확진국·경제위기 야기

흑인 사망 시위대엔 분열적 언사

테러단체 지정 등 기름 끼얹어

WP “지도력 갈구했지만…” 체념

소요사태 번져 코로나 확산 땐

경기침체 가속화 등 악순환 우려


한겨레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 카운티 정부 청사 앞에서 31일(현지시각) 열린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대한 항의 집회 도중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에 공감한다는 의미를 담아 시위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스포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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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례 없는 ‘삼중 위기’로 빨려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보건위기, 이에 따른 경제위기에 인종 갈등으로 촉발된 폭동으로 인한 사회위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30년대 대공황, 1968년 인종폭동 등 20세기 이후 미국을 강타했던 세가지 위기가 동시에 몰려들고 있는 셈인데, 삼중 위기에 대처할 지도력마저 실종돼 ‘사중 위기’로 심화되고 있다.

첫째, 미국은 현재 1918년 스페인 독감에 준하는 보건위기를 맞고 있다. 스페인 독감 당시 미국은 당시 1억500만 인구 중 28%가 감염돼, 50만~85만명이 숨졌다. 현재 코로나19로 미국은 183만명이 감염돼, 10만8천명이 사망했다. 5월31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350명이다. 두달째 매일 확진자가 2만명을 넘으며 여전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둘째, 1930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다. 코로나19 만연에 따른 사회·경제활동 중단으로 지난 10주 동안 신규 실업자가 4천만명이나 발생했다. 4월 기준 전체 노동력 약 1억5648만명의 4분의 1가량이다. 4월 실업률은 지난 3월보다 4.4%포인트 오른 14.7%이다.

이 실업 수치는 실업수당을 신청한 이들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포브스>는 통계에 잡히지 않거나, 곧 실직 위기에 처하거나 정규직을 찾으려는 임시직 등 한계 상황에 몰린 노동자들을 합친 ‘조정 실업률’은 27.6%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최대 실업률은 1933년 24.9%이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대공황 때 상황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셋째, 1968년 베트남전과 인종갈등으로 촉발된 사회 소요 위기이다. 지난 25일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목이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적어도 미국 전역 140개 도시에서 시위와 폭동이 일어났다. 주요 도시에서 주방위군이 투입되고 통금이 실시됐다.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로 촉발된 인종폭동 사태 이후 최악이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로 쌓인 불만이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갈등으로 폭발한 것이다. 특히 29일 밤에는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재무부를 막는 바리케이드가 뚫렸고, 대통령 경호인력인 비밀수사국까지 출동해 시위대를 직접 봉쇄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댄 볼즈는 1일 “미국은 이런 종류의 혼란들을 동시에 겪은 적이 없다”고 개탄했다. 더 큰 문제는 전례 없는 삼중 위기 앞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초반 그 위험성을 일축하면서 미국을 세계 최대 확진국으로 만들고, 그로 인해 대공황에 준하는 경제위기를 야기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이번 플로이드 사건에서도 트럼프는 특유의 책임 전가와 분열적 언사로 기름을 부었다. 그는 트위터 메시지들을 통해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의 민주당 시장을 공격하고 △안티파(극좌파) 운동을 테러단체로 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언론이 증오와 무정부주의를 퍼뜨린다고 비난하고 △자신이 주방위군을 출동시킨 것을 자찬하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조롱했다.

그는 “민주당 시장과 주지사들은 강경해져라. 그 사람들은 무정부주의자들이다. 지금 우리 주방위군을 불러라. 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당신 ‘졸린 조’를 비웃고 있다. 이게 미국이 원하는 것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국가적 삼중 위기 속에서도 희생양을 찾아 지지층을 결집하는 평소의 화법을 앞세웠다. 그의 일부 백악관 및 선거운동 참모들은 31일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무하는 공식적인 연설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으나 불발됐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은 트럼프의 대통령 재직 1227일 동안 오늘처럼 지도력을 간절히 간구한 적이 없어 보였지만, 트럼프는 그런 것을 제시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넘어선 체념을 드러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소요사태는 미국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거리로 나선 인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종과 코로나19 감염 확산은 경제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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