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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베네수엘라 30년만에 `공짜 휘발유`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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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정이 파탄 난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공짜였던 휘발유 가격을 30년 만에 인상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지만 재정 악화로 휘발유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6월 1일부터 전국 주유소 휘발유 최저 가격을 ℓ당 5000볼리바르(2.5센트·약 30원)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기름값 인상을 30여 년 만의 역사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타렉 엘 아이사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6월 1일부터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며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인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는 한 달에 120ℓ, 오토바이는 60ℓ까지만 ℓ당 5000볼리바르에 휘발유를 살 수 있다"면서 "한도를 초과해 휘발유를 사려는 사람들은 이보다 높은 국제 시세에 따라 구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축소 전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센트 미만이어서 사실상 공짜였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가 보조금을 줄인 조치는 한마디로 '시장 자유화 조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부는 이날 전국 1800개 주유소 중 고급 휘발유를 취급하는 일부 민간 주유소 200여 곳에 대해서는 ℓ당 50센트(약 610원)에 휘발유를 팔 수 있도록 특별 승인했다. ℓ당 50센트는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 시세와 유사한 것이라고 에너지부는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지난해 10월 '남미 산유국' 에콰도르에서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손잡고 긴축 개혁을 통해 40년 만에 에너지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발표하자 전국 단위 시위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정권이 흔들린 바 있다. 베네수엘라 역시 1989년 유가 인상이 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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