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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장도 고용도 ‘마이너스(-)는 없다"…‘희망고문’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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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뉴딜과 고용ㆍ투자ㆍ소비 살리기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0.1%로 방어한다. 기획재정부가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골자다.

마이너스 성장은 어떻게든 막아내겠다는 의지는 유례없는 규모의 재정 투자를 통해 실행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급한 불을 끈다. 또 6년 동안 76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뉴딜로 경제 성장판이 닫히지 않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55만 개를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구성된다”며 “단기적인 위기 극복, 일자리 대책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대비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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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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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교육ㆍ근로ㆍ의료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분야다. 초ㆍ중ㆍ고 모든 교실에 와이파이(Wifi)를 설치하고, 16만 개 중소기업에 원격 근무 인프라를 보급한다. 모바일 헬스케어, 디지털 돌봄 시스템도 구축한다.

고용ㆍ투자ㆍ소비 절벽에 대한 대응책도 나왔다.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해고하지 않기로 노사가 협약하면 6개월 임금 감소분 가운데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고용유지 협약을 맺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3년 유예해준다.

투자세액공제는 전면 확대한다. 9종류 시설에만 한정했던 특정시설 투자세액공제를 투자세액공제로 통합한다. 토지ㆍ건물ㆍ차량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사업용 자산이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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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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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끝날 예정이었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감면은 연말까지 연장된다. 감면율은 70%에서 30%로 축소되지만 한도(100만원)가 사라진다. 연간 200만~300만원으로 묶여있던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 한도도 올라간다. 얼마나 조정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7월말 기재부는 세제 개편안을 짜면서 수치를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연ㆍ외식ㆍ농수산물 등 8종 소비쿠폰 1684억원어치도 뿌린다.

기재부는 이같은 정책 패키지가 효과를 발휘하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2712만3000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도, 고용도 마이너스(-)는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 시야는 불투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예상했고, 한국은행도 -0.2%를 제시했다. 국내외 기관 대부분이 주요국보다는 한국의 형편이 나을 것으로 봤지만, 플러스 성장 예상은 거의 없다.

홍 부총리는 “최근 대내외 여건을 종합 감안해 볼 때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추경을 비롯한 정책 효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담아 0.1%의 성장 지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분기 수출 경기가 본격적으로 악화하고 있어 경기지표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걸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 4월(-25.1%)과 5월(-23.7%) 수출액은 연속으로 20% 이상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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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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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상대로 재정을 통한 버티기가 성장을 통한 일어서기로 이어지려면, 더 과감한 규제 개혁과 기업 투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인 한국형 뉴딜도 뜯어보면 기존에 하고 있던 대책을 보완ㆍ추가하는 정도의 ‘재포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격 의료 제도화나 수도권 규제 완화 같은 뜨거운 감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성태윤 교수는 “뉴딜은 인적 자본의 축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효과를 장담하긴 힘들다”며 “그린 뉴딜은 기업 부담만 늘리는 환경 이슈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온 최저임금, 52시간제 등에 대한 보완책도 빠졌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10곳 중 9곳(88.1%)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선 수출 기업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정도가 포함됐을 뿐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구개발(R&D) 확대, 신사업 육성 등 민간 경제가 활성화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한데, 규제는 그대로 두고 재정 투자만 늘리고 있는 격”이라며 “미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재정 투자는 결국 ‘카드 돌려막기’와 같아서 다음 세대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외부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확대엔 원칙적으론 찬성하지만 정부 대책은 과거처럼 공공·임시 일자리만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자칫하면 이번 대책이 재정 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남기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없어"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재정 당국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저는 추가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추가 지급을)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기본 소득 도입 주장에 대해서도 "아직 우리 여건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세종=조현숙ㆍ허정원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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