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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19도 ‘고산병’ 걸리나…고산지대서 무력한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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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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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도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는 ‘고산병’에 걸리는 것일까.

페루와 티베트, 에콰도르 등의 고지대에서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저지대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역학 자료가 의학전문 학술지에 보고됐다. 고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이 특히 약한지, 아니면 이 지역 주민들에게 발견되는 호흡기적 특성 때문인지 아직까지 명확하진 않은 가설 수준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특성을 밝혀줄 단서가 될 수도 있는 것이어서 후속 연구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31일(현지시간) 의학저널 ‘호흡기 생리학·신경생물학’ 최신호에 수록된 논문을 인용해 페루의 쿠스코에서는 감염률이 전국 평균의 20% 이하에 불과하며,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에콰도르와 볼리비아의 마을에서도 각각 해당국 평균의 4분의 1, 3분의 1 수준의 감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의 티베트(시짱·西藏)에서는 확진자가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중국 대륙의 상황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해발고도 3300m에 자리잡은 인구 42만명의 페루 쿠스코는 전국에서 14만1000명(30일 현재)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동안 감염자가 916명에 불과했다. 사망자도 페루 전역에서는 4000명 이상 나왔지만, 쿠스코에서는 3월말~4월초 멕시코·중국·영국에서 온 관광객 3명이 사망한 이후 단 한 건도 사망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해발 3600m에 있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도 코로나19 환자는 410명에 그쳤는데, 전국 9000여건의 감염 사례 대부분이 저지대인 산타크루스(해발 400m)에 집중돼 있다.

논문저자인 호주·볼리비아·캐나다·스위스 연구진들은 이 같은 역학자료를 놓고 바이러스 생존에 적대적인 자연환경과 고지대 주민의 저산소증 적응력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가설을 세웠다. 고산지대의 낮은 기압과 높은 자외선 지수, 건조한 대기가 전파력을 낮췄을 것이란 가정이다. 코로나19 경증환자의 30%에서 나타나는 혈액 내 용존산소 부족 현상도 폐 기능이 발달한 고지대 주민에게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반론도 만만찮다. 세계적으로 감염의 대부분이 실내에서 이뤄졌으며, 자외선은 전파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피터 친훙 교수는 “바이러스는 고도와 상관 없이 사람들을 좋아한다”면서도 “아직까지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알아가는 중이며 몇몇 좋은 단서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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