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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직장 잃은 분들 심경 알겠다” 울먹… KPGA 선수들, 희망의 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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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스 게임으로 기지개… 문경준-이수민조 승리
한국일보

KPGA 투어 문경준(왼쪽부터)과 이수민, 함정우, 박상현이 1일 경기 용인시 플라자CC에서 열린 KPGA 스킨스게임 2020을 앞두고 의료진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KPG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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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년 상반기 동안 뜻하지 않게 백수생활을 해 온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들이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7월 2일로 예정된 KPGA 개막전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열린 이벤트 대회 ‘KPGA 스킨스 게임 2020’을 통해서다. 4명의 참가 선수들은 시원한 샷과 극적인 승부,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남자 프로골프의 매력을 전했다.

KPGA는 1일 경기 용인시 플라자 컨트리클럽에서 스킨스 게임(각 홀 별로 타수가 낮은 선수가 해당 홀에 걸린 상금을 가져가는 방식) 이벤트를 열었다. 총상금 1억원이 걸린 이날 경기엔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문경준(38ㆍ휴셈)과 2019년 상금왕 이수민(27ㆍ스릭슨), 2018년 상금왕 박상현(37ㆍ동아제약)과 2018년 신인왕 함정우(26ㆍ하나금융그룹)가 출전했다.

참가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회가 열리지 않아 겪은 고충들을 털어놨다. 문경준은 “솔직히 남자 선수들은 스폰서를 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대회가 열리지 않아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들도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박상현은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함을 느꼈고, 직장 잃은 분의 심경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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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준이 1일 경기 용인시 플라자CC에서 열린 KPGA 스킨스게임 2020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KPG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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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문경준과 박상현은 “골프가 제일 쉬웠다”며 이번 코로나19 휴식기 동안 경험한 육아와 가사의 고충을 전했다. 박상현은 “살면서 이렇게 집에 오래 있었던 적은 없었다”며 “아침에 눈 뜨면 잔디 밟을 생각보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치우는 일부터 생각했다”며 웃었다. 문경준도 “처음엔 (코로나19 휴식기가) 금방 끝나겠지 싶어 빨래도 청소도 열심히 했는데,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과부하가 금방 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데 따른 보람도 컸다. 올해 8세, 5세, 3세가 된 세 자녀를 둔 문경준은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 겨울에나 잠깐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 휴식기를 통해 나를 ‘진짜 아빠’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8세, 3세 자녀를 둔 박상현도 “집에 가면 항상 ‘언제 나가?’ ‘몇 밤 자고 와?’라고 묻던 첫째가 ‘아빠 골프 그만 뒀어?’라고 물어볼 때 휴식기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기에 들어서자 승부사로 돌변했다. 이수민은 1번홀부터 환상적인 이글로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9홀은 문경준-이수민 조의 독무대였지만, 후반에는 박상현-함정우 조의 반전이 빛났다. 승부는 결국 마지막 홀에서 갈렸다. 17번홀까지 박상현-함정우 조(4,400만원)가 문경준-이수민 조(3,600만원)를 앞서갔지만, 18번 홀에서 모든 선수가 파를 기록한 뒤 문경준이 환상적인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5,600만원의 상금을 쌓아 승리했다. 대회 MVP는 6스킨을 기록한 박상현이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에서 골프 팬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극복 기금 마련을 위해 KPGA와 타이틀 스폰서 하나금융그룹, 제네시스가 후원해 개최가 성사됐다. 선수들이 쌓은 상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5,600만원)와 국경없는의사회(4,400만원)에 기부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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