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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재송]男골퍼 생활고에 마이너스 통장까지.."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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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대회 취소되면서 생활고 겪어

일부 선수들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면서 훈련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호소

이데일리

문경준과 이수민, 함정우, 박상현이 1일 경기도 용인시 플라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스킨스 게임 2020’ 기자회견을 마친 뒤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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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상현(37)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막막한 현실을 털어놓으며 울컥했다. 1일 경기도 용인시 플라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스킨스 게임 2020’(총상금 1억원)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상현은 코로나19 여파로 더 어려워진 남자골프의 현실을 토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020시즌 KPGA 코리안투어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4월 개막을 앞뒀으나 대회가 잇따라 취소되는 바람에 선수들은 강제 휴가에 들어갔다. 여자골프와 비교해 가뜩이나 대회가 부족했던 터라 어려움을 겪게 된 선수들의 상황은 생활고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KPGA 코리안투어는 올해 11개 대회가 예정돼 있고 오는 7월 2일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 오픈을 시작으로 2020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자부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지난 5월부터 시즌을 재개했고 올해는 KPGA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23개 대회가 열린다.

박상현은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억눌렀다. 이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옆에 있던 문경준(38)도 남자골프의 씁쓸한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는 “남자 선수는 후원을 받는 것도 만만치 않다”며 “상위에 있는 선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수가 상금에 의존해 왔는데 대회가 열리지 않다 보니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도 있다”고 남자골퍼들의 어려운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프로골프는 극심한 ‘여고남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자골퍼는 정규투어 시드를 따면 최소 5000만원 이상의 후원을 받는 게 어렵지 않다. 조금만 유명해지면 2~3년차 선수가 수억원대의 연봉 계약을 하기도 한다. 성적이 나지 않아도 SNS 활동이나 기업이 주최하는 이벤트 대회에 참가만 해도 연간 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선수가 많다. 그와 비교하면 남자골퍼는 우승해도 억대 연봉은 고사하고 후원사를 찾기조차 어렵다. 이런 현상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어 남자 프로골프 지망생이 크게 줄고 있다.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에 등록된 남자 고등부 선수는 2015년 609명에서 2020년 28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여자 고등부는 2015년 382명에서 올해 276명이다.

대회가 없어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려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문경준은 “수입이 줄었지만 계속해서 훈련을 해야 하고 라운드도 해야 하는 만큼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비슷하다”며 “그렇지만 잘 버텨내고 생활이 어려워도 ‘더 열심히 준비하자’는 분위기여서 대회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27)은 “대회가 없다 보니 준비하면서 열정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이제 곧 대회가 시작된다고 하니 더 많이 준비한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굳은 각오를 보였다.

이날 열린 스킨스 게임은 문경준과 이수민이 한 편을 이루고 박상현과 함정우(26)가 호흡을 맞춰 총상금 1억원을 두고 펼쳐졌다. 18홀 포볼 매치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홀마다 걸려 있는 상금을 더 많이 획득한 팀이 우승했다. 상금 전액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 구호협회와 국경없는 의사회 한국지부에 기부한다.

이날 경기에선 문경준-이수민 조가 5600만원의 상금을 획득, 4400만원의 상금을 가져간 박상현-함정우 조를 꺾고 우승했다. 문경준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짜릿한 버디 퍼트에 성공, 2000만원의 상금을 가져가 재역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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