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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의 글로벌pick]홍콩을 때리면 세계 경제가 휘청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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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홍콩정책법으로 中과 독립된 경제주체 인정

트럼프, 일국양제 약속 어겼다며 특별지위 박탈 착수

中과 제3국 잇는 중개무역 거점…亞 금융허브 '흔들'

이데일리

△HSBC가 발권한 홍콩달러[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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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홍콩달러의 발권은행이 3개라는 것은 알고 있으신가요? HSBC, 중국은행홍콩,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각각 서로 다른 화폐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HSBC와 SC은행은 영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은행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중앙은행이 하는 돈을 발행하는 일을 홍콩에서는 민간은행이, 그것도 다른 나라 은행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홍콩의 독특한 지위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납되기 전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만들어 홍콩이 중국과 구별되는 독립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홍콩은 중국과 미국·유럽을 잇는 금융·무역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8년 만에 홍콩의 이같은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입법부를 대신해 홍콩 국가안보법을 제정하고, 미국이 이를 “중국은 홍콩에 대해 약속했던, ‘일국양제’의 원칙을 ‘일국일제’의 원칙으로 대체해 버렸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지시하면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쉽게 말하면 홍콩을 상하이나 베이징 등 여타 중국 도시와 똑같이 대우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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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는 별도 관세 등 무역협정을 맺어왔습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에서는 25%에 달하는 추가관세를 매기는 와중에서도 홍콩은 예외였지요. 민감한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기술과 제품들도 거래할 수 있게 해줬으며 홍콩 사람들에게는 중국 본토 사람들과 달리 비자도 쉽게 내줬습니다. 한해 홍콩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사람 수만 15만명에 달합니다.

이런 독특한 지위 속에서 홍콩은 중국과 다른 나라를 잇는 중개무역·금융의 중심지(허브)로 잡았습니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홍콩은 지난해 기준 3040억홍콩달러를 미국에 수출하고 2129억홍콩달러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했습니다. 이 중에는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거나 혹은 관세나 통관 상의 이유로 홍콩을 경유하는 상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이런 중개거래를 바탕으로 현재 홍콩에는 1300개사에 달하는 미국기업이 있고 8만 5000명의 미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당장 홍콩 거주자가 미국으로 가기 위한 비자 취득 부터 어려워지면 이 곳에 회사를 둔 이점이 사라집니다.

특별지위 박탈은 이들 기업들의 밥줄이 일거에 끊어진다는 말과 다름없지요.

금융시장에서의 홍콩의 의미는 더욱 중요합니다.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의 70%는 홍콩을 경유합니다. 중국-홍콩간에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맺어져 있어 홍콩기업들은 더 쉽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홍콩간 이중과세 방지협정이 맺어지면서 홍콩의 선진 금융시장과 인력을 활용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커졌죠.

중국 기업 역시 홍콩을 경유해 해외에 진출하거나 홍콩을 통해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홍콩은 2018년, 2019년 전 세계 주요 증권시장 중 기업공개(IPO)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액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프랑스 은행 나티시스에 따르면 2010년~2018년 중국기업이 홍콩 오프쇼어(offshore) 시장을 통해 주식의 73%, 채권의 60%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통계도 있지요.

외국인 투자자 역시 홍콩증권거래소와 상하이증권 거래소를 잇는 ‘스톡커넥트’(Stock Connect)를 활용해 성장성이 높은 중국 본토주를 매입했습니다. 2019년 매입한 금액한 3517억위안입니다.

즉, 홍콩이 금융기능이 무너질 경우 중국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이를 중계했던 미국·영국 금융기관,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또 더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홍콩은 1달러당 자국 통화가치를 7.75~7.85달러로 고정시키는 페그(peg)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가능성이 없고 홍콩 정부도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만약 미·중 갈등이 점점 격화하고 홍콩에서 외국인 자금들이 빠져나가면 홍콩 역시 이같은 페그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홍콩은 외환보유고로서 3조 4000억홍콩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권 등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는데 페그제를 포기하면 더 이상 이같은 방대한 미국 국채를 보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홍콩금융관리국(HKMA)가 이를 매각하기 시작할 경우 미국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상승)할 수 있습니다.

홍콩은 북한이 아닙니다.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동시에 이와 관련된 미국기업, 동시에 얼키설키 얽혀 있는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할지 밝히지 않은 데에는 이같은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AP 통신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조치들은 단지 경고”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장 어떤 특별한 조치가 시행되지는 않더라도 점점 격렬해지는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세계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클 웨셀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 위원장이 “지금은 미·중 관계, 미·홍콩 관계에서 중대한 전환점(turning point)”이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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