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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추미애 '한명숙 사건' 한걸음 더…檢 수사관행 조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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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호 동료들 잇따른 폭로…진상조사 추진 힘실릴듯

'과거사위' 조사 방식 가능…재심 현실적으로 어려워

뉴스1

한명숙 전 국무총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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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한신건영 대표였던 고(故) 한만호씨의 비망록으로 다시 수면으로 부상한 가운데, 당시 한씨의 동료 수감자들이 검찰이 수감자들에게 허위진술을 종용했다는 폭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당시 수사팀은 "허위 주장"이라며 적극 방어에 나섰지만, 재조사의 필요성을 이미 밝힌 바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진상조사 추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KBS는 재판 당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서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돈을 줬다고 구치소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한 최모씨가 지난달 초 법무부에 '검찰 수사과정 중 증거조작과 같은 부조리가 있었다'고 폭로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는 또 최씨가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겠다'며 증언 9년 만에 자신의 증언이 허위였다는 주장을 내놨고, 한 전 대표의 또다른 동료 수감자였던 한모씨가 주장한 '검찰의 거짓 증언 종용'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달 25일 뉴스타파는 한씨의 동료 수감자였던 A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는데, A씨는 당시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고 이를 법정에서 밝히겠다는 말을 본인에게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 사실을 검찰에 알렸으나 오히려 A씨를 포함한 최씨 등 다른 수감자 2명과 함께 검찰에 나와 증언을 조작하기 위한 연습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당시 수사팀은 두 보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사팀은 KBS 보도에 대해 "수사팀은 최씨를 회유해 거짓 증언을 시킨 사실이 절대 없다"며 "일방적인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서도 "한씨가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알아보기 위한 정황증거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동료 수감자들을 불러 확인한 것"라며 "이들의 증언은 전문증거로 한 전 총리의 유죄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수사 관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적어도 (검찰 수사 관행) 부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면 예외 없이 한번 조사는 해봐야 한다"며 한걸음 더 나아가 진상조사를 기정사실화 했다.

다만 추 장관의 발언은 단순히 한 전 총리 사건만 다시 들여다보자는 의미가 아닌, 한씨의 비망록이 드러나면서 문제제기된 검찰 수사 관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스1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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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관계자도 추 장관 발언에 대해 "(한 전 총리) 한 사건만을 재조사 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지 않겠느냐"며 "전반적인 검찰의 수사 관행이 문제가 있다는 말이고, (진상 조사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현재 고민 중이다. 모든 가능성을 다각도로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한 바 있다.

법무부는 아직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등을 두고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꾸려 조사를 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 2017년 12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검찰의 검찰권 남용에 관한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시효나, 처벌·징계와 무관하게 진상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당시 과거사위에서는 한 전 총리 사건은 의혹 대상이 아니라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감찰도 거론되나, 징계시효인 2년이 지나 감찰은 불가능하다.

2015년 대법원도 한 전 총리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소수 의견에서 검찰 강압수사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로서는 시효나 처벌, 징계 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과거사위를 통해 대법원 소수의견에서 언급된 강제수사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추진 중인 검찰 개혁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과거사위 방식을 통한 진상조사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이와 별도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재심은 검사나 유죄를 선고받은 자 또는 그의 법정대리인 등이 청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수사에 관여한 검사 등이 직무관련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때, 원판결 증거의 위조·변조나 허위 증언·감정·통역·번역, 무고 등이 다른 사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재심을 허용한다.

당시 수사팀에 있던 검사들이 모해위증·위증, 직권남용 등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재심이 가능한 것이다. 위증교사와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는 7년, 모해(謀害, 꾀를 써 남`을 해침) 위증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위증교사와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가 어렵지만, 모해위증죄의 경우 공소시효 기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검사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고 유죄로 나온다고 가정하더라도 확정판결 전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들이 나와도 재심 대상이지만, 한씨 수감 동료들의 폭로들만으로는 유죄 근거가 됐던 증거들을 전부 배척하기는 힘들어 해당 사유로는 재심 청구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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