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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집단감염 되풀이되는데 정부 대처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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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이어 물류센터까지

다닥다닥 노동환경 양성률 높아

터진 뒤에야 현장점검, 세부 지침

쿠팡물류센터 등 방역미흡 135건

물류시설 4361곳 점검한다지만

자체 점검이고 개선도 강제 못해

‘아프면 쉬기’ 등 강제방안 필요

“고용부, 사업장 방역 주체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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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근무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마켓컬리 상온1센터 물류센터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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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물류센터 등 밀집된 노동환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는데도, 정부가 사후약방문 식의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콜센터와 정보기술(IT)산업 등 밀집도가 높은 사업장과 전국 물류시설의 방역 상황을 점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점검 계획의 대부분이 사업주나 시설물 관리자가 자체 점검한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데다 개선을 강제할 수도 없어, 선제적인 방역관리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대본은 쿠팡 물류센터 등 23곳을 긴급 현장점검했더니 작업복 공동 사용 등 135건의 방역관리 미흡 사항이 적발됐다고 이날 밝혔다. 근무자 마스크 미착용, 작업자 간 거리두기 미흡, 장비·설비 소독 미흡 등이 주를 이룬다. 전담 방역관리자가 없거나 자체 방역지침이 없는 곳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지적된 사례를 하루빨리 개선할 것을 사업주한테 요구하는 한편,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11일까지 택배터미널과 식품 창고 등 전국 물류시설 4361곳을 점검한다. 고용노동부는 콜센터와 아이티산업, 육가공업, 전자부품 조립업 등 노동자가 밀집해 일하는 사업장에서 방역관리 자체점검을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 산업안전보건공단과 민간재해예방 전문기관 등은 건설 현장 1만5천곳과 제조업 2만1천곳을 맡아 방역관리 상황을 확인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사업장은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의 주요한 연쇄고리였다. 이날만 해도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노동자 75명을 포함해 111명(31일 낮 12시 기준)으로 늘었다. 물류센터의 코로나19 양성률은 2.5~2.9%라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30일 밝혔다. 경기도 부천과 고양 물류센터에서 일한 직원 가운데 83.5%가량을 진단검사해 나온 중간 집계라서 양성률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물류센터에서는 많은 인원이 다닥다닥 붙은 채로 일하고 안전모·작업복도 공동으로 사용했다. 앞서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는 한 층(11층)에서 근무했던 노동자 216명 가운데 9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43.5%나 되는 양성률을 기록했다. 좁은 공간의 근무환경이 코로나19 확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여지없이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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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쿠팡 고양 물류센터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과 시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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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부 대책은 여전히 뒤늦은 방역 점검 수준에만 그친다. 앞서 3월 초 구로 콜센터 첫 감염자가 나오고 대규모 확산이 진행되자, 정부는 3월 중순 대형 콜센터 현장점검과 전담 감독관의 지도·관리 방안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케이비(KB)생명보험 콜센터에서는 또다시 노동자 8명이 집단감염됐다.

점검의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도 따져볼 문제다. 노동부는 사업장에서 먼저 방역관리지침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뒤에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불시점검할 계획이라고만 설명했다. 사업주가 거짓으로 체크리스트를 제출하거나 개선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딱히 제재할 수단은 없다.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근로감독관들은 고위험 사업장 중심으로, 민간기관들이 소규모 사업장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직업환경의학)은 “대면 업무를 반드시 해야 하는 판매·방문 노동자와 돌봄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방역에 취약한 사각지대를 정부가 직접 발 빠르게 찾아다니며 선제적으로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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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프면 3~4일 쉰다’는 방역 수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확진된 노동자 상당수는 ‘아파도 쉴 수 없는’ 처지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대다수는 일용직, 계약직, 외주업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정부가 ‘아프면 쉬라’는 방역 수칙 권고만 할 게 아니라 ‘아파도 쉬지 못하게’ 하는 기업이나 사업주를 강력하게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최하얀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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