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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불쑥 내민 G7 초청장, 한국외교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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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달로 예정된 G7(주요 7국) 정상 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한국·호주·인도·러시아 등 4국을 추가로 초청하겠다고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 회의 의장으로, 다른 회원국의 큰 반대가 없으면 원하는 나라를 '옵서버'(의결권 없는 참여국)로 초청할 수 있다. 알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공보국장은 초청 배경에 대해 "중국과 관련된 미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통적 동맹국들을 불러 모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감염증과 홍콩보안법 문제 등으로 미·중 관계가 최악인 가운데 동맹인 한국·호주와 중국에 인접한 인도·러시아 등을 한자리에 모으겠다는 것이다.

'선진국 클럽'인 G7 정상 회의에 초청받는 것은 통상 환영할 일이지만, 대중(對中) 압박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는 이날 "G7이 현재의 세계를 적절하게 대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서 한국 등을 초청할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뤄진 스페이스X 유인 우주선 발사를 참관하고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용기 '에어포스원'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G7은) 매우 시대에 뒤처진 국가 그룹"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G7은 미국 외에 독일·영국·이탈리아·일본·캐나다·프랑스가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는 "호주, 인도, 한국을 (초청하기) 원한다. 그러면 아주 멋진 국가 그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릴 예정인 9월 4국을 추가 초청해 G7 정상 회의를 '대면 회의'로 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특유의 사전 조율 없는 '즉흥 제안'이었다는 뜻이다. 반면 호주 정부 대변인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미국 정부 사이에 이번 초청 건과 관련한 사전 접촉이 있었다"며 한국 정부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친문 누리꾼들은 "선진국 클럽에 초청된 것은 그만큼 우리의 위상이 향상되었다는 말" "국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한다"고 반겼다. 하지만 이번 G7 정상 회의 초청 제안은 한국 외교에 까다로운 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G7 초청을 발표한 이날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하며 "중국 정부의 잘못으로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중국의 부당한 행위는 잘 알려져 있다"며 중국을 맹비난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G7 초청은 포기하자니 아깝고 참여하자니 껄끄러운 '계륵'이 될 수 있다"며 "미국 편에 서라는 노골적 요구를 받으면 몹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간 복잡한 관계가 그대로 노출되는 회의가 될 가능성도 있다. "G7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트럼프의 발언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6월 10일쯤 화상회의로 열릴 예정이었던 G7 정상 회의를 6월 말로 옮겨,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대면 회의로 개최하고 싶어했다. G7 정상이 미국에 모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미국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경제를 재개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전반적 전염병 유행 상황을 고려할 때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G10 또는 G11"로 부르며, "(11월) 대선 후에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등을 정식 '회원국'으로 추가해 G7을 G10이나 G11으로 개편할 뜻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옵서버 초청과 달리, G7 체제 자체의 개편에는 다른 기존 회원국들의 명확한 동의가 필요하다.

☞G7(Group of Seven)

1974년 1차 석유파동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선진 5국이 모인 G5에서 비롯됐다. 이듬해 이탈리아, 1976년 캐나다가 추가돼 G7이 됐다. 러시아가 1997년 들어와 G8가 됐지만,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축출돼 그해 다시 G7이 됐다. 매년 정상회의를 연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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