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中, 자치권 약속 어겨"… 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제거 착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콩보안법' 통과에 압박 수위 높여… 中도 '맞보복' 항전의지 / 트럼프 “일국양제가 일국일제로” / 관세 등 특혜 제거 행정부에 지시 / 中 편향적 WHO와도 관계 끊어 / 中 “보안법, 일국양제 미래 위한 것” // 언론도 ‘흑인 사망’ 폭력시위 조롱 / “홍콩의 ‘아름다운 풍경’ 美로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 강행에 대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즉시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한국전쟁을 거론하면서 미 압박을 “무서울 것 없다”며 ‘블러핑’(허풍)으로 일축하는 등 항전 의지를 다졌다. 강한 압박에 더 강한 압박으로 ‘맞보복’하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 양측 간 충돌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 5월 30일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 앞에서 친중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형을 표백제 통에 연결한 채 집회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제로 표백제를 언급해 조롱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처리 강행과 관련해 “홍콩에 부여한 특별대우를 제거하겠다”고 한 데 대해 미국을 비난했다. 홍콩=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자, 즉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 보장 약속을 어겼다”며 “홍콩에 특별대우를 하는 정책적 면제 조항을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을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과 다르게 홍콩에는 특별대우를 보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를 ‘일국일제’로 변경했다. 우리 행동은 강력하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자치권 침해에 관련된 중국과 홍콩 당국자를 제재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국이 최악의 정면충돌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특별지위의 전면적인 박탈을 선언하거나 즉각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시사하지 않았다. 최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다”며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날 메시지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사무실을 둔 1300여개 미국 기업들을 의식해 시간을 벌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법 제정 작업과 미 행정부의 행정 절차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극적인 해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양측 간 충돌 격화로 대화를 통한 해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판해온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를 끊고 미국의 지원금을 다른 기구로 돌리겠다고 밝히는 등 전면적 대중 압박을 수차례 강조했다.

세계일보

중국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미 언론 블룸버그통신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를 보장하기 위한 토대”라며 국가 수호 책임은 최종적으로 중앙정부에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홍콩 사태를 거론하고 “외부세력이 공공연하게 홍콩 독립을 고취하고,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국가 입법으로 국가안보 틈새를 막는 작업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미 강경파인 샤바오룽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은 최근 양회(전인대·정협)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홍콩 대표들을 만나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도 미국은 중국을 물리치지 못했다”며 “지금의 중국은 훨씬 더 강하다”고 일전불사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 언론도 미국에서 흑인 사망에 분노한 폭력 시위 확산을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조롱하며 가세했다. 글로벌타임스 후시진 편집장은 31일 칼럼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해 홍콩의 범죄자 본토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묘사했다고 떠올리면서 “이제 아름다운 광경은 홍콩에서 미국의 10여개 주로 확산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중국 정부와 전인대는 미국 흑인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야 할까? 미국이 홍콩의 폭도를 부추기는 논리를 따르면 중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어느 나라가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이우승·정재영 특파원 ws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