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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재명 "진중권, 손가락 말고 달 봐라"···이틀째 온라인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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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8년 1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집무실을 찾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당시 진 전 교수는 강연차 성남시청을 방문해 이 지사를 만나 담소를 나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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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수수 사건의 재심 논란으로 촉발된 이재명 경기지사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온라인 설전이 이틀째 이어졌다. 이 지사가 지난 30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전 총리 사건 당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심을 공개 지지한 데 대해 진 전 교수는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고, 이에 이 지사는 31일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고 말해달라”고 응수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진 전 교수를 향해 “달의 생김새보다 손가락이 더럽다고 말하고 싶은 교수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달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게시글 맥락상 ‘달’은 검찰 개편의 필요성을, ‘손가락’은 이를 주장하는 자신을 비유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전날 진 전 교수는 검찰의 증언 조작 등 수사상의 문제를 지적한 이 지사에 대해 페이스북 글을 통해 “도지사님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문빠’(강성 친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을 속되게 이르는 말)들이었다”며 “그 사람들은 놔두고 엉뚱하게 검찰 트집을 잡는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이와 관련해 “도지사님께 유죄를 선고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었다"며 "(한 전 총리 사건도) 재심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이러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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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가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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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의 공세에 이 지사는 31일 페이스북을 통한 반박에 나섰다. “나는 실체적 진실이 아닌 절차적 정의를 말했다. 정의를 외면한 검찰 적폐는 모든 적폐의 시작이자 뿌리”라면서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하게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이 있다면 재심을 통해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지사는 또 “한 전 총리나 조국 전 장관의 유무죄를 떠나 검찰의 증거 조작과 마녀 사냥이라는 절차적 정의 훼손에 저도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다시 페이스북에 “제 얘기는 도지사님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검찰이 아니라) 광신적 문팬들, 그들을 자기 정치에 활용한 친문 실세 전해철, 이에 손가락 얹은 다른 정당 캠프였고 서로 고발질해가며 검찰을 소환하는 것은 늘 정치권이었다”며 “그게 ‘달’이다. 손가락에 때가 묻었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이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그러면서 “아무튼 (이 지사에 대한) 2심 판결은 저도 다소 부당하다고 보고 대법원 판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설전을 벌이면서까지 한 전 총리에 대한 재심을 공개 지지한 것을 놓고 “당내 친문 세력과 거리좁히기 시도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에 올라 있는 2017년 대선 경선 때 깊어졌던 친문 진영과의 골을 메워나가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비문 연대’를 앞세워 당시 문재인 후보와 극한 경쟁을 벌였다.

이 지사는 21대 총선 직후 민주당과의 접점을 넓혀가기 위한 행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지난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앞두고 부산을 방문해 민주당 시의원과 간담회를 가졌고, 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됐지만 지난 28~29일엔 경기 지역 민주당 총선 당선인 51명과 연쇄 회동을 계획했다. 2012년 총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이재강 전 민주당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한 것 역시 친문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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