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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정복" 빈말로 안들린다···민간 우주여행 첫발 뗀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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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가 지난 30일, 크루 드래곤 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민간이 쏘아올린 첫 유인 우주선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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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48)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아들이 태어난 지난 5일, ‘화성을 점령하라’는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인터넷에서 19.99달러(약 2만4700원)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티셔츠이지만 머스크에겐 각별하다. 화성 정복이 그의 평생소원이라서다. 화성에 8만명 규모의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그는 그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민간 최초 유인 우주선이 발사에 성공하면서다. 정부가 개발과 발사를 독점하던 시대가 아닌, 민간 우주 탐사의 문을 머스크가 연 것이다. 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는 시대를 향한 첫발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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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지난 5일 태어난 아들을 안고 있다. '화성을 정복하라'고 적힌 티셔츠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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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베테랑 우주비행사인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은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크루 드래곤 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출발했다. 크루 드래곤을 실은 로켓 ‘팰컨9’ 역시 스페이스X가 제작했다. 머스크는 발사 성공 후 기자들에게 “18년 동안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이뤄지니 믿기 어렵다”며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잘 하지 못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트윗에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는 말을 테마로 설정해놨다.

이번 발사는 미국의 우주 패권을 재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미국은 1969년 유인 우주선 아폴로11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켰지만 2011년 이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를 마지막으로 유인 우주선을 보유하지 못했다. 이후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빌려 타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크루 드래곤은 시속 2만7360km의 속도로 비행해 발사 19시간 뒤 ISS와 도킹 예정이다. 지구 귀환 시기는 도킹 후 6~16주 사이에 결정된다. 전인수 NASA 우주환경그룹장은 중앙일보에 “바이러스와 흑인 차별 폭동으로 어수선한 미국 사회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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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출발에서도킹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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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2017년 우주과학 학술지 뉴 스페이스(New Space) 6월호에 “인류를 다(多)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며 “엄청난 위험과 큰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최선을 다해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설명했다. 지구라는 한 행성에 머물지 않고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종족으로 인류를 진화시킬 것이란 포부였다. 그는 당시 2027년께엔 큰 변수가 없는 한 우주선 상용화가 가능할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사에 대해 “우주여행 상업화의 본격 신호탄”이라며 “앞으로 비용도 대폭 저렴하게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인수 NASA 우주환경그룹장은 “머스크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기술을 축적해 우주 탐사의 새 장을 여는 성공을 일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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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스페이스X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머스크. 그는 지구와 화성 모두에서 거주하는 '다(多)행성' 인류를 꿈꾼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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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미국 펜실베이니어대학에서 경제학ㆍ물리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를 받았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책 보는 게 재미있다”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24세 때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신문사에게 인터넷 기반 독자 정보를 판매하는 회사를 차렸다. 이후 온라인 결제 시스템 회사인 페이팔의 전신 엑스닷컴(X.com)을 창업한 뒤 이베이에 1억 6500만 달러(약 2042억원)를 받아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X’에 애착이 크다. 미지수 X의 의미도 있고 탐험을 뜻하는 영어 단어(exploration)의 발음과도 겹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태어난 아들의 이름도 ‘X Æ A-12’라고 붙였다. 예명 ‘그라임스’를 쓰는 뮤지션인 여자친구이자 아이의 엄마인 클레어 부셰는 트윗에 “X는 미지수, Æ는 AI를 뜻하고, A-12는 우리 부부가 모두 좋아하는 항공기 SR-71의 전신”이라며 “A-12는 무기가 아니며, 속도가 생명인 위대한 비폭력 비행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후 팟캐스트에 출연해 아들 이름 발음에 대해 질문을 받고 “엑스 애쉬 에이-트웰브”라고 답했다. 그에겐 이혼한 두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6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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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뉴욕 메트(MET) 갈라 파티에 참석하는 머스크와 그라임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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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는 비상장 기업이다. 자금력이 탄탄하기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필요 없다고 한다. 앞으로도 상장 전망은 크지 않다. 대신 주식시장에선 머스크가 CEO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스페이스X의 성공과 실패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번 발사는 미국 주식시장인 휴장인 주말에 이뤄졌으며, 월요일에 개장하면 스페이스X의 성공이 테슬라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미국 투자 전문 매체들은 전망하고 있다.

전수진ㆍ권유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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