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필라델피아 지수 오르고 수출도 반등…'반도체의 봄' 오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 반도체 경기의 척도로 여겨지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 미·중 반도체 충돌에도 지수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최근 실적 전망치를 올리고, 한국의 5월 반도체 수출 실적도 반등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상승하던 반도체 가격이 주춤하는 등 '반도체의 봄'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일보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저점 대비 44% 올라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Semiconductor Sector Index)는 1852.49로 전일 대비 2.65% 올랐다. 올해 저점을 기록한 3월 18일(1286.84)과 비교하면 44% 증가한 수치다. 이 지수는 지난 2월 중순 1979.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언텍트 경제’ 효과로 서버 증설 수요가 증가하는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반등했다. 앞으로 7% 정도 더 오르면 역사적 고점을 갈아치운다.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반에크 벡터 반도체 ETF(SMH)’도 상승 추세다. 반에크 벡터 반도체 ETF는 5월 29일 141.03을 기록, 올해 저점인 3월 20일(101.06) 대비 39.6% 상승했다. 이 지수 역시 8% 정도 더 상승하면 사상 최고치(152.25)를 넘어선다.

중앙일보

반도체 업황 지표로 쓰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이〈마켓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제조업 경기 선행 지표 역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30개 종목을 골라 지수화한 것이다. 인텔·엔비디아·퀄컴·브로드컴·마이크론 등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이 포함돼 있다. 이 지수는 반도체 업황은 물론 전반적인 기술주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또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에 3개월 정도 선행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만 놓고 보면, 향후 세계 반도체 시장과 제조업 경기 전망은 밝은 셈이다.



마이크론 실적 전망치 상향, 한국 수출은 반등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깜짝 발표’도 시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올 3~5월 실적 전망치를 52억~54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3월 내놓은 전망치보다 8%(중간값 기준) 오른 수치다. 전망대로라면 마이크론의 3~5월(마이크론 회계기준 3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10% 오르는 셈이다. 아마존·MS·구글·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며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늘린 게 실적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커졌다.

한국 반도체 수출 실적도 반등 조짐을 보인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국내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5.6% 감소했다. 수출 역시 같은 기간 15.1% 줄었다. 하지만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20일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다. 이달 1~10일에는 18.6% 감소했는데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반도체 업황을 보여주는 DXI 지수. 올 4월 6일 이후 지속 하락 중이다. 〈D램익스체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봄' 기대하기 아직 일러



하지만 아직 '반도체의 봄'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오름세를 이어오던 반도체 가격은 증가 폭이 둔화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의 5월 고정거래 가격은 3.31달러로 전달(3.29달러) 대비 0.61% 올랐다. 5개월 연속 상승세지만 오름폭이 꺾였다. 4월에는 전달 대비 11.9% 올랐다. 특히 5월 29일 기준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3.06달러로 한 달 새 20%가량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을 보여주는 DXI(D램익스체인지 인덱스) 지수도 29일 기준 1만9611로 지난 4월 6일(2만5098) 이후 지속해서 하락 중이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실적 전망치를 올렸지만, 인텔 등 대부분 반도체 회사는 실정 추정치를 철회하거나 하향 조정했다"며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반등 역시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될 것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