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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유망주' 이흥련의 대반전, 트레이드 없었다면 어쩔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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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SK 이적 후 주전 도약-첫 경기부터 맹활약... 트레이드가 기회인 이유

역대 이적생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최고의 신고식이었다. 최근 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포수 이흥련이 이적 첫 경기부터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흥련은 30일 인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8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5회말 선두 타자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추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흥련이 홈런을 기록한 건 삼성 시절인 2016년 10월 6일 광주 기아 타이거즈전 이후 1332일만이다. 네 번째 타석에서도 2루 주자 최준우를 불러들이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SK는 이흥련의 맹활약을 앞세워 9-3 역전승을 거두며 올시즌 첫 3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9위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서 이미 올시즌 첫 위닝시리즈까지 확보하며 승차를 반게임 차이까지 좁혔다. 내친김에 31일 경기까지 승리하면 SK는 시즌 첫 스윕과 함께 탈꼴찌에 성공하며 험난했던 개막 5월을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이흥련은 지난 29일 2대 2 트레이드에 포함되어 두산에서 SK로 팀을 옮겼다. SK가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를 얻고, 투수 이승진과 포수 권기영을 내주는 조건이다. 거물급 선수들이 오고가는 대형 트레이드는 아니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양팀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거래였다. 두산은 약점인 불펜 보강이 필요했고, SK는 주전 포수 이재원의 공백을 메워야했다.

역시 이번 트레이드에서 가장 시선을 모은 선수는 이흥련이었다. 야탑고-홍익대를 나와 2013년 삼성에 5라운드 47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이흥련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잠재력을 바탕으로 포수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선수였다. 지금은 수비형 백업 포수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초창기에는 타격에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간간이 보여주기도 했다.

문제는 이흥련의 전 소속팀이던 삼성과 두산은 모두 전성기를 구가하는 강팀들이었다는 점. 이흥련은 삼성과 두산에서 각각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는 기쁨도 누렸지만 강팀답게 진갑용-이지영-양의지-박세혁 등 쟁쟁한 주전급 포수들이 넘쳐나는 팀 상황상 항상 2, 3순위 백업포수에 머물며 기회를 충분히 얻지못했다.

이흥련은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2016년 11월 당시 FA로 영입된 이원석의 보상 선수로 지명되어 삼성을 떠나 두산으로 이적했다. 두산에서는 박세혁의 백업이자 이영하의 전담포수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지만 2019시즌 이흥련의 1군경기 출장수는 27경기에 불과했다. 올시즌에는 두산이 베테랑 포수 정상호까지 영입하며 입지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이흥련에게는 이제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기보다는 그저그런 후보선수로 머물다가 잊혀질 위기였다.

마침 절묘한 타이밍에 성사된 트레이드는 이흥련에게도 '천운'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SK는 주전포수 이재원이 손가락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중이다. 이홍구와 이현석이 있지만 이재원의 공백을 메우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흥련 트레이드 성사 직전까지 SK 포수진의 타율은 .129로 리그 꼴찌였으며, 반면 폭투는 15개로 리그 최다, 도루저지율은 약 23%에 불과하여 공수 양면에서 모두 리그 최약체 수준이었다. 이흥련은 당분간 SK의 주전 포수로 기용될 전망이며 이재원이 돌아온다고 해도 최소한 백업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흥련은 이적 첫 경기부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당초 SK가 이흥련에게 기대한 것은 안정된 수비와 투수리드였는데 첫 경기부터 생각지도 못한 타격에서 오히려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트레이드 이전까지 프로 8년차 이흥련의 통산 타율 .245, 홈런은 8개에 불과했지만 보여지는 기록이 전부는 아니다.

이흥련은 삼성 시절인 2016년 85경기만 출장하고도 타율 .260에 6홈런 장타율 0.453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도 두산에서 출장은 27경기에 그쳤지만 타율은 .310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시절보다 오히려 프로에 와서 타격 능력이 더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감안할 때 꾸준한 기회만 주어졌더라면 공격적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던 포수였다.

데뷔전에서 공격으로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흥련은 본래 임무인 안방마님의 역할도 소홀하지는 않았다. 이적 첫 경기라 SK 투수들과 아직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선발 핀토(6이닝 3실점)는 퀼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중간 계투진 박민호, 김택형, 정영일을 모두 무실점으로 이끌며 비교적 안정된 투수리드를 보여줬다.

이처럼 프로야구 역사에서 크게 주목받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트레이드가 기대 이상의 대박을 치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09년 기아의 김상현 영입이다. 당시 기아는 LG에 투수 강철민을 내주고 김상현과 박기남을 영입했다. 심지어 1대2 트레이드였다는 점에서 보듯, 그때만 해도 김상현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김상현은 이적하자마자 잠재력을 꽃피우며 그해에만 36홈런으로 홈런왕과 시즌 MVP를 싹쓸이했고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역시 트레이드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사례다. LG 시절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6년간 통산타율 .190에 25홈런에 그치며 좀처럼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던 박병호는, 2011년 히어로즈(당시는 넥센)로 트레이드 된 후 '괴물'로 각성했다. 이듬해부터 4년 연속 홈런왕을 싹쓸이했으며 한때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하며 한국야구를 지배한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만일 트레이드가 없었다면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당시에는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한 번의 트레이드가 선수와 팀은 물론이고 나아가 한국프로야구의 역사까지 바꾼 셈이다.

트레이드는 각팀의 전력보강 차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선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크다. 지금도 프로야구에는 재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팀사정에 따라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못하고 잊히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흥련같은 사례는 프로야구계에서 적극적인 트레이드가 왜 더 활성화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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