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4년 만에 홈런을 치고도 그는 곧바로 종이를 집어들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두산에서 SK로 이적한 포수 이흥련,

30일 첫 경기에서 1홈런 3안타 폭발

홈런 후엔 더그아웃서 상대 타자 연구

30일 인천에서 열린 SK와 한화의 프로야구 시즌 5차전. 한화에 0-3으로 뒤진 5회말 무사 상황에서 이흥련(31)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은 이흥련이 SK로 이적하고 처음 나선 경기였다.

이흥련은 이미 2회말 첫 타석에서 SK 유니폼을 입고 1호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다음 타석 그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14.6m의 솔로 홈런이었다.

삼성 소속이던 2016년 10월 6일 KIA전 이후 거의 4년 만에 기록한 홈런. SK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환호하며 이흥련의 홈런을 축하해 주었다.

조선일보

30일 한화전에서 홈런을 치고 곧바로 더그아웃에 앉아 상대타자 자료를 보고 공부하는 이흥련의 모습. KBO리그에서 거의 4년 만에 친 홈런이었지만 들뜨지 않고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 SPOTV 중계화면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적 첫 경기에서 4년 만의 홈런을 때려냈다면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텐데 그는 잠시 혼자 앉아있더니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돌아가 종이를 집어들었다. 상대 타자에 대한 자료를 읽으며 다음 이닝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 경기를 해설한 김재현 SPOTV 해설위원은 “홈런을 치고 나서 곧바로 한화 타자들의 데이터를 공부하면서 볼 배합 등을 미리 생각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흥련의 활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7회말 2사 1·2루 상황에 나와 깨끗한 1타점 적시타로 점수를 7-3으로 벌렸다. 이흥련은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팀의 9대3 승리를 이끌었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SK 데뷔전이었다.

조선일보

타격하는 이흥련의 모습. / SK 와이번스


이흥련은 경기 후 “볼배합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는데 준비하고 공부한 만큼 잘 이뤄졌고 잘 던져준 투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타격 맹활약에 대해선 “방망이라는 것은 오늘 3안타를 치고 내일 4삼진을 당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비와 투수 리드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살면서 가장 정신없던 시간”이라고 밝힐 만큼 이흥련은 지난 이틀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전날만 해도 두산 소속이었던 그는 롯데전이 끝나자마자 자신이 트레이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SK가 두산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25)를 받고 두산은 SK 투수 이승진(25)과 포수 권기영(21)을 받는 트레이드였다. 주전 포수 이재원의 부상으로 포수 난에 시달린 SK와 최근 불펜이 난조를 보이는 두산의 이해관계에 따른 트레이드였다.

이흥련이 첫 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SK는 포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았다. 그동안 이재원의 부상 공백을 주로 메웠던 이홍구는 이흥련과 대학 리그에서 쌍벽을 이루던 포수였다. 이흥련이 홍익대, 이홍구가 단국대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올 시즌 이재원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이홍구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홍구의 도루 저지율은 13.3%에 불과했고, 타격에서도 1할대 타율(0.175)을 보였다. 이흥련의 가세는 최근 3연승을 달리는 SK에 더욱 탄력을 붙일 전망이다.

2013년 삼성에 입단한 이흥련은 2014~2016시즌 백업 포수로 매 시즌 70~90경기를 소화했다. 경찰청 야구단 입단을 앞두고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그는 전역 후엔 ‘포수 왕국’ 두산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늘 출장에 목이 마르다. 이흥련은 최근 3년간 33경기 출전이 전부다. 그 간절함으로 SK를 다시 날아오르게 할 수 있을까. 최하위 SK는 31일 한화를 잡으면 꼴찌에서 탈출한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