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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해봤습니다] "농가 절반, 농사 포기했어요" 농촌도 '코로나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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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 ③요즘 농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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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양구군 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이 29일 파프리카 비닐하우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는 모습. © 뉴스1 양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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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구=뉴스1) 양새롬 기자 = "요새 어떤 분위기냐면요. (농가의)한 40~50%는 농사를 포기하고 있는 상태예요."

강원도 양구에서 파프리카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재순 양구군 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50)은 29일 뉴스1에 "원래 양구에 오는 계절 근로자는 640명 정도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법무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으면서 아무도 못 왔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에 지자체에서 공공근로를 모집했지만 여기에 지원하는 내국인은 없었다는 것.

인근에서 1800평 규모의 아스파라거스 하우스 등 2400평 정도의 농사를 짓는 이광수씨(53)도 "제일 힘든 건 인력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 농가주는 "아스파라거스는 한 번 심으면 통상 15~20년간 수확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그 규모를 한번에 줄일 수는 없다"며 "입경(立莖)이라고 줄기를 세워서 수확까지 한달에서 한달 10일정도 여유를 벌 수 있는데, 6월에 수확해야할 아스파라거스에 입경을 미리 해서 현재 수확은 1200평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수확을 미루긴 했지만)생산하고 선별하고 납품하는 외에도 제초작업 등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인력이 없으니 이를 동시에 할 수가 없다. 미뤄두긴 했지만 다음주면 다시 1800평이 되는데 그때 되면 힘들죠"라면서 "그러다보면 영농을 포기하는 입장이 돼버린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경우 지난해 일본에만 20톤 수출했었지만 올해는 1톤에 그쳤다고.

박 회장은 "농업 분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상품에 대한 값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저평가 되는 상황에서, 용역을 쓰다보면 급여만 상승된다"면서 "정부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농업 분야에 대해 뭔가 해줄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지난 28일부터 경기 여주와 강원 양구에 총 47명의 인력을 보냈다. 이들은 각자 배치받은 농가에서 오는 6월5일까지 하루 8시간씩 일하게 된다. 양구에서는 사과, 수박,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등 농가가 참여했다.

박 회장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긍정적"이라면서 "이 프로젝트가 잘 돼서 서울시와 양구군이 좋은 관계가 됐으면 좋겠고, 인적교류도 지속적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농가주도 "아스파라거스라는 수확물 특성상 온도가 높으면 부패가 돼 오전 9시 전에 수확을 끝내야하는데, 이러한 농가 사정을 알고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오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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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푸마시 대표. (푸마시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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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중간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민간단체 '푸마시'다. 김용현 푸마시 대표는 "28~29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양구 농가 11곳을 모두 돌았는데 농가주 분들은 일단 기대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 왔다는 (긍정적)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참여에 주저했던 농가주들도 '실제로 서울에서 온 사람들은 어떠냐'는 질문 전화를 많이들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쿠팡물류센터와 학교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당국에서 수도권 내에 생활속 거리두기를 강화, 프로젝트는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2차 참가자부터는 코로나19 검사상 음성이 나온 사람만 참여하게 하도록 준비 중이었다"며 "6월 말까지 일손부족은 계속되기 때문에 지자체들의 수요가 있어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면 프로젝트를 다시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농촌의 건전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해결하려는 주체가 없었다"며 "농부가 농사에만 집중해야 고품질의 농산물이 나올 수 있고, 서비스농업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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