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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해봤습니다] 냉장고 바지·엉덩이 방석 '무장'…파프리카 '순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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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 ②파프리카 하우스 체험기

뉴스1

기자가 29일 강원 양구의 한 파프리카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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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구=뉴스1) 양새롬 기자 = 평소 같았으면 출근 준비에 한창일 오전 7시. 지난 29일 그 시간에 강원도 양구군의 한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농장으로 출근했다. 평소라면 상상하지도 못할 얇은 면 티셔츠에 '냉장고' 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말이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손부족을 겪는 지역 농가와 서울시민을 연계하는 사업인 '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봤다.

기자를 포함해 여성 3명의 참여자가 이날 출근한 파프리카 비닐하우스 규모는 약 2200평(7272m⊃2;). 흔히 생각하는 비닐하우스와는 달리 높이도 꽤 높았고, 노지와 달리 바닥도 흙이 아니어서 깨끗했다. 작업에 앞서 농장에서 제공한 라텍스 장갑과 챙 넓은 모자 그리고 작업용 엉덩이 방석을 착용했다.

박재순 농가주(50)는 참여자들을 앞에 두고 시범을 보이며 작업내용을 설명했다. 현재 하우스 안 파프리카는 착과(着果·과실나무에 열매가 열림) 전 단계로,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는 것. 참여자들은 농가주의 손놀림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낯선 농작법을 익혔다.

그리고 이내 각자 한줄씩 맡아 작업을 시작했다. 엉덩이 방석에 앉아 옆으로 이동하면서, 바로 앞 파프리카 나무에서 떼어낸 곁순을 플라스틱 상자에 담는 식이다. 꽃이 다 피지도 않았지만 작업과정 내내 달큰한 파프리카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기자는 파프리카가 이런 나무에서 열리는지, 파프리카 꽃이 하얀색인 것도 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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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양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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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금방 '순삭(순각삭제)'됐다. 꼬박 두 시간 동안 작업해 1줄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박스도 80% 정도 찼다. 그제야 잠시 허리를 펴고 도시락으로 싸온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일한 뒤 밥을 먹는 것은 평소와 마찬가진데 밥이 몇 배는 더 맛있었다. 반찬이라곤 마요네즈에 참치와 양파를 다져넣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하우스 온도는 밖보다 빨리 올랐다. 오전 9시20분쯤 하우스 온도는 23.7도를 기록했다. 잠시 쉬었을 뿐인데 파프리카 나무는 그 잠깐 새에 조금 억세진 느낌이었다. 농가주들이 이른 오전에 일을 해야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맞은편 1줄을 작업하면서 되돌아오는 사이 조금씩 땀도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막상 파프리카 열매를 본 것도 아닌데 오전 작업이 끝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이날 함께 일한 김미선씨(33·여)는 "솔직히 단순한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원리가 있었다. 식물을 좀 더 소중히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비닐하우스인데도 새소리가 들려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참여자들끼리 점심을 먹고 하우스에 복귀한 시각은 오후 2시쯤. 하우스 안은 밖보다 6도 가량 높은 33.7도를 기록했다. 오후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장갑을 끼자 금세 땀이 맺혔고, 손을 들자 땀방울이 주르륵 흐르기도 했다.

하우스 천장에 평면 커튼을 쳤는데도 한낮 하우스 안 온도는 38도까지 치솟았다. 그렇지만 일찍 일을 끝낸 참여자가 나머지 참여자를 도우며 약속된 시간까지 목표한 작업을 마쳤다. 8시간 근로에 맞춘 6시9분쯤이었다.

이같은 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는 추후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는 대로 재개될 예정이다. 시급은 1만원. 서울시민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민간단체 '푸마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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