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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해봤습니다] 클릭 몇번에 뛰어든 귀농 체험, 파밭 투입후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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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 ①현장실습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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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 지원자들이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한 파밭에서 근로실습을 하는 모습. (푸마시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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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30대 여성. 서울서 나고 자람. 농촌생활 경험 없음. 농활 경험도 없음.'

서울시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손부족을 겪는 지역 농가와 서울시민을 연계하는 사업을 펼친 가운데, 농사와 전혀 무관했던 기자가 직접 지원해 봤다. 모집대상이 '만 19세 이상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신체 건강한 시민'이라고만 적혀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지원방법도 간단했다. '서울-농촌 일손교류 프로젝트' 중간 지원조직인 '푸마시' 홈페이지에서 클릭을 몇 번 하기만 하면 됐다. 1차 모집기간 중 월요일인 5월26일, 강서 개화역 인근에서 근로실습(현장테스트)를 희망한다고 신청했다. 이는 각 날짜별로 10명 선착순으로 마감됐다.

구체적으로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연락처, 거주지역 등 기본정보에 농촌 일자리 구직이유와 농작업 경험 등을 입력하는 식이었다. 본인은 구직이유에 '농업체험'을, 농작업 경험에 'X'를 기입했다.

근로실습 전날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지원이 마감됐고 안내 문자가 왔다. 오전 7시20분 전까지 개화역 2번 출구로 오되 서울 시민 확인을 위해 최근 3개월 이내 발급된 주민등본을 지참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발열 증세가 있을 경우 실습 참여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주민등본과 마스크를 준비했고, 충분한 휴식도 취했다.

실습날인 26일 오전 6시35분. 전날부터 비가 내려 혹시나 실습이 우천취소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면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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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개화동 한 파밭의 모습. (푸마시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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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시간에 맞춰 공지된 장소에 도착하니 농장 코디네이터(팜코디) 3명이 지원자들을 맞았다.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발열 체크를 했고, 손소독제도 바른 뒤 60인승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 곳곳에서 온 지원자들은 모두 띄엄띄엄 앉은 채,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밭으로 향했다.

참여한 지원자 중 여자는 셋, 남자는 여섯. 대다수는 귀촌과 귀농에 관심이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해 주눅 들었던 게 사실이다. 먹을 줄만 알았지, 이같은 모습의 파를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겁먹을 새도 없이 파밭 주인인 나해용 반장님의 시범을 본 뒤, 팜코디와 농촌생활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실습이 진행됐다. 빗물을 잔뜩 머금은 땅에서 파를 뿌리째 뽑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기온은 15도 정도로 선선했는데도 불구하고 불과 45분가량의 짧은 실습 뒤 마스크가 흠뻑 젖었다. 잠시라도 쉬려고 하면 허리가 욱신거렸다.

그러나 파를 다 뽑고 난 뒤에도 테스트가 끝난 건 아니었다. 방금까지 뽑은 파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부러지지 않은 파를 골라 꽃을 따고, 뿌리를 다듬었다. 그제야 비로소 평소에 마트에서 볼 수 있었던, 친근한 형태의 파가 됐다.

그사이 동그란 솜털뭉치처럼 생긴 파꽃은 면 티셔츠에 붙어 흔적으로 남았다. 한 팜코디는 필자에게 "농장일 처음이시죠? 옷이 딱 그래보이네요"하고 웃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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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작업이 끝난 후 포장된 파의 모습. © 뉴스1 양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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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은 당초 공지(2시간30분 소요 예정)보다 짧은 시간 이뤄졌지만, 왠지 더 긴 시간 일한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에 와서 말이지만 '만약 실습을 통과하면 하루에 8시간을 어떻게 일해야 하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용현 푸마시 대표는 "근로실습을 거쳐 농촌에 내려가게 되면 참여자들은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농가주들도 참여자들에게 더 믿음을 갖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푸마시에 따르면 1·2차 현장실습에 지원한 사람은 총 306명이다. 최연소 지원자는 19세, 최고령 지원자는 75세이며, 청년과 40대가 각각 99명과 54명, 50대 이상이 153명을 차지했다. 농촌 일자리 구직이유로는 단연 '귀농/귀촌 준비'(40%)가 1순위를 기록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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