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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기자의 눈]화창한 여름날에 마스크를 벗고 재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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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8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장미원에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장미와 함께 추억을 남기고 있다. 2020.5.1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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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올해 1월 말 사회부 사건팀으로 이동해 수습기자를 교육했다. 그 수습기자와 '첫' 대면 날. 수습기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사수 선배인 나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는 이른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필수 방역 물자다. 집 밖을 나서면 10명 가운데 7~8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레스토랑에서든 편의점에서든, 이 필수 방역 물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입장이 거부당할 수 있다.

도심 한복판 거리·다중이용시설에서 마주 친 그의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이제 짐작조차 힘들어졌다. 얼굴의 절반쯤을 마스크로 가린 그가 어떤 인상을 풍기는지 예상하기 어렵다.

부모님과 친구, 외국인 친구, 선후배 동료까지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마스크에 가려진 첫인상을 통해 가슴이 두근대거나 실망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다만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젊은이들은 '불금'에 클럽으로 향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마스크를 벗고 몸을 흔들었다.

지난 2일 이태원 소재의 유명 클럽 안이었다. 이곳에서 결국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른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사태로 확산했다. '이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보도가 최초 발생 7~8일 지난 뒤에 나왔으나 전문가들은 "안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27일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속보가 기어이 쏟아졌다. 이곳에서 촉발된 감염자 수는 100명대로 추정된다.

물류 서비스 핵심인 택배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편리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꼽혔다. 코로나19가 물류센터까지 침투하면서 이제는 '택배' 이용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후 복병처럼 우리 일상의 길목 곳곳에 주둔한 채 기습적으로 등장했다가 사그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는 감기처럼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의 삶인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19과 함께 해야 하는 시대를 준비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맞아 나들이 행렬이 이어졌고, 이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다중이용시설 정문에는 바이러스 경고문이 붙은 지 오래다. 선교단체·서울 강남구 교회 등에서 연쇄감염 의심 사태가 발생했다는 긴급 뉴스가 이날 늦은 오후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이 모든 '긴급 상황'이 일상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순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이 새삼 떠오른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와 깨달았다고 하면 때 늦은 뉘우침처럼 느껴질까. 우리는 화창한 여름날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고 재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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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사건팀 기자© 뉴스1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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