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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재계노트] 미·중 갈등에 샌드위치 신세...기업 "출구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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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첩첩산중이고, 설상가상이고, 난관봉착이고, 좌불안석이죠. 한마디로 탈출구가 안보인다는거예요".

중국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미국시장 개척에도 공을 들이는 한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국면과 관련해 "샌드위치 신세"라며 이같이 푸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부진을 만회해 보려는 찰나에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치앞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비슷한 영업환경에 있는 한 공작기계 대기업 관계자도 "코로나19 타격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크지는 않았지만 예상치못한 비용상승 등으로 올해 영업이익 하락 가능성은 있다"라면서 "미중 갈등이 코로나19에 더해 초대형 악재가 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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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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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코로나19 직격탄에 미중 갈등 고조까지 경영리스크가 가중되자 극도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일부 업종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글로벌 경영의 핵심인 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기업들의 걱정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에 더해진 미중 갈등을 두고 글로벌 경영환경상 '최악의 리스크'라고 말하는 기업 관계자는 여럿이다. 두 사안 모두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예측도, 탈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게 복수의 기업 관계자 전언이다.

특히 수출기업들에게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할 것없이 현재의 상황을 퍼펙트스톰(초대형 위기)의 비상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 수출기업들의 주요 무역상대이자 생산과 판매의 핵심 승부처다. 이와 관련해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어려움의 연속"이라며 "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수년째 이어지는 새롭지 않은 이슈다. 하지만 갈등의 양상은 늘 새롭고 복잡해 진다. 단적으로 세계경제 패권을 놓고 맞붙는 양국의 무역분쟁은 다양한 방향과 다양한 업에서 확전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갈등이 격화되더니 이번엔 홍콩 갈등까지 겹치며 악화일로다.

한국무역협회(무협)가 지난 29일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황급히 회원사에게 배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홍콩 문제는 특히 우리 수출기업에게 단기적으로든 중장기적으로든 여파가 불가피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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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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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우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비중은 98.1%로 대만 다음이다.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우리의 4위 수출 대상국이자 중계무역기지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과 미국의 특별지위 철회 등 양국 조치가 강대강 대치로 장기화될 경우 우리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현 단계 대중국 제재가 시스템반도체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우리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홍콩 수출 중 70%가 반도체(메모리반도체 79.5%, 시스템반도체 18.8%)다.

무협은 "홍콩보안법에 따른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의 경우 중소 및 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 증가와 대체 항공편 확보 애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미중간 홍콩 갈등의 경우 우리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무협은 미중 갈등의 확대로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힐 경우 대미 수출에 있어 우리 기업이 상대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협 측은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수출 경합도가 높은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광학기기, 철강제품, 플라스틱 등에서 우리 수출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현재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스마트폰,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kh665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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