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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금값 폭등에 화장터에서 조차도···"금니 챙겨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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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종로구의 한 구둣방 앞에 '금니 고가에 삽니다'라는 팻말이 놓여져 있다. 이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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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금니는…. 어떻게 처리되나요?”

수도권의 한 화장터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부쩍 유족들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는 “금값이 오르니까 화장 후에 혹시 치금이 나오면 챙겨갈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며 “사실상 화장 후 치금은 거의 안 나오는데, 불황은 불황인가 싶다”고 말했다.

불황 속 금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작은 금붙이까지도 끌어모아 현금화하려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화장 후 남는 금니까지도 관심 대상이 될 정도다.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화장터인 서울승화원에 따르면 지난해 3만5900건의 화장 건수 중 치금 등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한 건수는 964건이다. A씨는 “비율이 높진 않지만, 체감상 지난해보다 치금을 찾아가려는 사람이 늘었다”며 “꼭 찾아가겠다고 하진 않더라도 ‘금은 어떻게 처리되나’라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금값 폭등에 '장롱 금붙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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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금 시세.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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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현재 한국금거래소 기준으로 순금 1돈(3.75g)을 팔 때 가격은 24만4000원(살 때 26만9700원). 지난해 같은 기간 팔 때 가격은 17만원 선이었다. 7만원가량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괴나 금반지는 물론, 금이 들어간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매물로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3가의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골드바나 금반지 같은 것뿐만 아니라 예물이나 기념 메달ㆍ반지같은 것을 얼마에 쳐줄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종로3가에서 금은방을 운영 중인 이모(45)씨는 “진짜 돈 안 되는 수저나 오래된 14K 목걸이, 가짜인 게 뻔한데 금시계로 잘못 알고 가져오는 사람들까지, 금값이 오르니 각종 금을 들고 와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반지나 골드바는 그나마 순금인 경우가 많아 가격을 잘 쳐줄 수 있는데, 높은 금값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이 돈이 안 되는 금을 들고 왔다가 허탈해하며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까지 '금니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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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폐금업체 온라인 사이트 공지 내용 캡쳐. 하루 수백통씩 문의가 온다고 적혀 있다. 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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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니처럼 아주 적은 소량의 금까지도 팔려는 경우도 있다. 구둣방 앞에 ‘금니 삽니다’라는 팻말을 내어놓고 운영하는 80대 박모씨는 “최근에는 그래도 금니 팔겠다고 가져오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며 “그 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니에서 금만 잘 분리하거나, 작은 액세서리에서 금만 떼어내는 일을 하는 잡금 세공 업체들도 바빠졌다. 종로3가에서 잡금 매입 및 세공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64)씨는 "금니 같은 것을 맡기고 ‘손실 없이 잘 녹여달라’고 의뢰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주로 어르신들인데 ‘이 나이에 금니 필요 없다’고 내놓으실 때는 마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젊은 층 사이에선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잡금 매매’도 인기다. 금니와 임플란트 등을 매입하는 서울의 한 폐금업체는 온라인을 통해 견적 등을 접수한 뒤 우편을 통해 금니 등을 받아 살펴보고 계좌로 돈을 보내준다. 최근 인기가 많다 보니 ”하루 수백통의 전화, 문자, 카톡으로 너무 바쁘다“는 게시글까지도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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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금은방 유리문 앞에 '금 고가 매입'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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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상인들은 불황이 만들어낸 ‘골드러시’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금 매입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목걸이나 반지 같은 가공품 판매가 크게 줄어서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결혼식이 미뤄지다 보니 상반기에는 예물을 사러 오는 고객도 거의 없었다. S쥬얼리 김모 사장은 ”오늘만 해도 금을 팔겠다는 사람 빼면 끊어진 목걸이 연결해달라는 고객이 전부였다“며 "주변에 물어도, 골드바 같은 것은 구매 문의가 꽤 들어온다는데 금으로 된 액세서리를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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