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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제 영혼 파괴한 의대생, 죗값 받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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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의대생 성폭행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 6월 5일

1심서 징역 2년·집유 3년…재판부 “합의했고, 전과 없어”

의대생 고교 시절 여자친구 “나도 당했다…엄중 처벌”

시민단체와 의대생 동료도 “1심 형량 너무 낮아” 주장

“내 영혼을 파괴한 의대생, 이번엔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대생 A(24)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오는 6월 5일 열린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술을 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도 실형이 나오지 않자 지역에선 형량이 약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B(24)씨는 30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일에 대한 죗값을 치르길 원한다”고 했다.

B씨는 고등학교 시절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 2012년 7월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 같이 다니던 A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1학년이었던 B씨는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A씨가 사는 아파트에 갔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갑자기 A씨가 가위바위보 대결을 제안했다.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기였다. A씨는 게임에서 이기자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B씨는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거부했지만, 그를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B씨는 “두 달 정도 교제하는 동안 강압적인 성폭행이 이어졌다”며 “헤어지자고 말하면 성관계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이별을 거절당했다”고 했다. 이어 B씨는 “당시 전주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A씨의 아버지에게 항의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무엇을 원하느냐’였다”며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면 나와 우리 부모님만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조용히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말했다. B씨는 “그때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조선일보

전북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인 성폭력 근절 전북지역 대책위원회'가 지난 27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전북대학교 의대생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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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전북 지역에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북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인 성폭력 근절 전북지역 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전북대 의대생 A씨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를 했고 초범인 점을 들어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A씨의 죄질에 비해 가벼운 판결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예비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 수 없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엄정한 판결을 통해 가해자의 행위에 책임을 묻고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대 의대생들도 A씨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의 동료였던 한 의대생은 “이번 일로 A씨가 학교에서 제적을 당했지만, 다른 대학 의대에 진학하면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의료인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심 재판에선 죗값에 맞는 합리적인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월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3일 오전 2시30분쯤 여자친구 C(20대)씨의 원룸에서 C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날 여자친구를 추행하다가 “그만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는 말에 격분해 C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7시쯤 여자친구를 다시 폭행했다. C씨가 “앞으로 연락하지 말고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였다. 수차례 뺨을 맞고 목을 졸린 C씨는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까지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해 5월11일 오전 9시쯤 술을 먹고 자신의 BMW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상대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는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8%인 것으로 조사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3% 이상이면 면허정지에 해당된다.
조선일보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의대생의 의사 면허 취득을 막아달라는 주장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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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간, 폭행, 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22일 마감된 이 청원엔 5만5786명이 참여했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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