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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건의 재구성] "까라면 까"…직원 위 제왕적 군림 양진호 '갑질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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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강요, 마약, 도·감청 등 혐의…두 차례 보석신청도 기각돼

성남지원, 징역 7년 선고…음란물 게시·횡령 추가기소 추후 심리

뉴스1

'엽기행각'과 '직원폭행'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2018년 11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2018.11.7/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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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최대호 기자,유재규 기자 = "회사 내에서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르거나 닭을 칼로 내리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기까지 했다."

"생마늘과 핫소스를 강제로 먹게 하고 복통을 유발하는 알약을 섭취하게 하는 등 직원들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강요했다."

'갑질폭행'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전 회장의 선고공판 심리가 열렸던 지난 28일 양씨의 범죄혐의가 재판장의 판결요지 낭독으로 하나 둘씩 밝혀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수열)는 폭행,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3년 12월 확정판결 이전 혐의로 징역 5년을, 그 이후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으로 각각 분리해 주문(主文)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각각 명령했다.

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매수 및 흡연) 혐의에 따른 추징금 1950만원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씨가 직장 내 상하관계 속에서 피해자들에게 강요할 수 없는 '의무없는 일'을 지시했다"며 "이로 인한 피해회복 노력이 없으며 현재 피해자들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을 종합해 징역 7년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수사기관부터 사법기관 처벌 선고까지 1년 6개월

양씨의 사건은 지난 2018년 10월30일 한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됐다.

그가 한국미래기술 회장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전국 웹하드 업체 1, 2위를 다투는 '위디스크'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라는 점에 국민들의 이목은 더욱 집중됐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각종 음란물, 즉 '리벤지(Revenge) 포르노' 파일을 불법 게재해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금을 거둬들인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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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전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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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언론사는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사무실서 전(前) 직원 무차별 폭행'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일본도로 닭잡기-공포의 워크숍' 등 양씨의 만행이 담긴 각종 영상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졌다.

영상 속 양씨는 퇴사한 위디스크 전 직원 A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소환, 뺨을 2차례 때리고 머리를 1대 가격하는가 하면 무릎을 꿇게한 뒤 폭언과 욕설도 내뱉었다.

A씨는 '양진호1'이라는 아이디로 위디스크 홈페이지 게시판에 양씨를 비판하는 댓글 5개를 남겼다는 이유로 이같은 폭행을 당했다.

이 계기로 보복이 두려운 A씨는 더이상 IT업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 국내 소재 외딴 섬에서 은둔생활까지 했다.

또다른 영상에는 양씨가 강원도 홍천지역 자신의 연수원에서 살아있는 닭을 활로 쏘고 일본도로 내리치는 등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2018년 10월3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사이버·형사 합동수사TF팀'을 구성, 같은 해 11월7일 양씨의 임시 주거지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 오피스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양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양씨가 위디스크, 파일노리뿐만 아니라 필터링·디지털장의사 업체인 '뮤레카' '나를 찾아줘' 등의 실소유주라는 사실도 입증했다.

2018년 11월9일 구속된 양씨는 수차례 조사를 받은 뒤, 같은 달 16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양씨를 12월5일 기소의견으로 재판에 넘겼고 2019년 1월2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양씨는 재판을 받아오던 중 지난 2019년 11월5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기 원한다는 취지로 '보석신청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이에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맞대응했다.

당시 재판부는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이유로 양씨의 보석신청서를 기각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지난 4월22일 추가 구속영장을 취소해 달라는 이유로 대법원에 재항고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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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웹하드 카르텔 및 직원 폭행-강요 피의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11.16/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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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출석한 증인 수만 무려 36명에 달했다. 그사이 양씨를 '처벌하라' '선처하라' 등의 탄원서도 수십장 접수됐다.

지난 28일 열린 선고공판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일반 시민들이 방청석에 앉아 재판부의 주문을 청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양씨의 보복적 폭력성향과 자신들이 해고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뺨을 맞고 핫소스를 강제로 먹음으로써 육체적 고통보다 인격적 모멸감이 더 컸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는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머리 염색' '화장실 금지'…직원들이 폭로한 양진호의 직원군림

양씨는 Δ강요 Δ상습폭행 Δ성폭력 Δ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Δ동물보호법 위반 Δ총포·도검·화학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Δ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상해 및 감금) Δ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를 받았다.

그의 상식 밖의 행위는 직원을 폭행하고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 학대한 것뿐만이 아니었다.

양씨는 지난 2013년 12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소재 모 대학의 교수 B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양씨 자신의 부인이 외도를 하고 있는 상대가 B씨라는 이유에서다.

B씨는 양씨의 부인과 동창관계인데 양씨의 마약과 폭력적인 문제로 자신과 상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같은 오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양씨는 B씨를 사무실로 불러 1시간30여분 동안 부인과의 외도사실을 추궁했으나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들어오라는 지시에 맞춰 미리 대기하던 양씨 친동생 등 5명이 사무실로 들어와 B씨를 감금하고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당시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3시간여 동안 폭행당한 끝에 A4용지에 가족에 대한 연락처 등 신상을 적게 하도록 시켰다. 가족에 대한 해코지가 있을까 두려웠다"고 밝혔다.

양씨는 사내에서만 쓰는 용도로 도·감청 프로그램 '아이지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원에게 만들도록 지시해 부인의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전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설치하게끔 했다.

해당 앱은 전화와 문자는 물론, 휴대전화에 설치된 카메라까지 원격조정해 사생활까지 다 엿볼 수 있는 도·감청 프로그램인 것으로 파악됐다.

양씨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인이 B씨와 나눈 대화가 담긴 메시지 등을 확인했고 이로인해 B씨와의 관계를 의심해 무차별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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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사건'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뉴스타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2018.11.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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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직원을 통해 대마를 수수하고 흡연한 범죄도 저지르기도 했다. 양씨는 검거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뤄진 마약검사 결과, 채취된 모발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밖에도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된 사실로는 '전 직원들 한명씩 빨간색, 노란색 등등 머리를 염색하라고 시켰다' '생마늘과 핫소스를 강제로 먹게 했다' '복통을 유발하는 출처 불분명한 알약 2알을 섭취하게 했다' 등으로 파악됐다.

◇과거 범죄까지 낱낱이…여전히 끝나지 않은 심리(審理)

1심 재판부는 양씨의 양형을 2013년 12월 확정판결 이전·이후로 분리해 각각 선고했다.

형법 제37조에 따르면 확정판결 이전 혐의란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여러 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전에 범죄를 경합해 적용한 혐의'를 말한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그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선고를 받고 풀려난 사람이 2020년 6월에 또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게 됐을 때 이 과정에서 2020년 1월 '확정된 판결 이전'에 저지른 중범죄가 밝혀졌다면 해당 범죄도 적용돼 함께 선고를 받게 된다.

재판부는 양씨의 2013년 12월 확정판결 이전 혐의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양씨에 대한 과거 범죄전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확정판결 이전 혐의에 대한 부분은 이번 사건의 심리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뿐"이라며 "우선 기소된 부분에 대해 선고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확정판결 이전 혐의에 대한 형량 부과에 대해서도 미국의 경우는 한 피고인이 다른 범죄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과정에서 과거 절도 혐의 10건 발견됐다면 건수별로 그만한 형량이 부과된다.

반면, 한국은 과거 범죄혐의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건수보다 하나의 사건으로 묶고 형량을 가중하기 보다는 '최하한에서 최상한 범위 내 비례적'으로 형량을 결정한다. 이렇게 고려 함으로써 불합리한 재판결과가 발생하지 않게끔 방지한다는 것이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씨에 대한 심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양씨가 구속기소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양씨를 상대로 2가지 혐의를 더 추가해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2017년 5~11월 자신이 소유한 웹하드 업체 2곳과 '뮤레카' '나를 찾아줘' 등 돈을 받고 불법촬영물을 삭제해 주는 필터링, 디지털장의사 업체 등을 소유하면서 음란물 게시와 필터링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0~2018년 웹하드 업체 '몬스터' 등 8개 회사를 매각한 대금 40억여원과 회삿돈 등 총 167억여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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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폭행과 마약류관리법 등의 혐의를 받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2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2차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2019.2.2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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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추가기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선고에 포함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추가기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계속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7일 검찰은 지난 2013년 12월 확정판결 이전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그 이후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년에 추징금 1950만원을 각각 분리해 징역 11년을 구형했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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