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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일본모델의 힘", "단장의 심정"...코로나19 위기에 아베가 꺼낸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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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비판 여론 높아지자

정서에 호소하고 국민 결집 강조

73번 '부탁'하며 책임 회피 목적도

방역 성과 자화자찬도 하지만

"제2 전파 올수도" 회의적인 시각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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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 앞에 일본의 ‘최장수’ 총리도 무릎을 꿇었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며 2012년 12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하게 떨어졌다. 지난 25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9%로 곤두박질쳤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 조사 결과는 이보다도 낮은 27%로, 지난달 44%에서 한 달 만에 17% 포인트 급락했다.

아베 총리는 추락하는 지지율을 의식한 듯 기자회견을 통해 한층 감성적인 말로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29일부터 아베 총리는 총 8번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응 성과를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극복 의지를 불어넣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남긴 발언을 ‘코로나19 어록’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20분 안팎으로 진행된 아베 총리의 연설에 대해 “다소 부족하다”면서도 “정서적이고 과장된 표현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 마이니치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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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 전무후무한 규모”=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을 밝히며 “1차 추경안까지 더하면 전무후무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NHK는 1, 2차 추경에 따른 전체 사업비 규모는 약 233조9,000억엔(약 2680조 4,238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세계 최대의 대책으로 일본 경제를 지켜내자”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위력을 강조했다. 다만 “전무후무”와 “세계 최대” 등의 수식어가 무색하게 일각에서는 1차 경기부양책 사업규모인 117조엔 중 직접 재정지출액은 48조엔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머지는 정책금융기관 및 민간기관의 대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실제로 2차 부양책 또한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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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 일기가성의 대담한 조치 취할 것”=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아베 총리는 ‘일기가성’의 발상으로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기가성은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의미로, 아베 총리는 그만큼 고강도 조치를 통해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가토 시게히로 홋카이도대 교수(언어학)는 아베 총리가 “지금까지 없었던 과감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강한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이니치는 실제로 1차 추경예산이 성립되기까지는 한달 반이나 걸렸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의 의지대로 신속한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난 9~10일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55.4%가 정부의 경기·경제 대책에 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불굴의 의지로 싸워야”=아베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을 결집하며 격려하는 말도 꾸준히 이어갔다. 지난 3월 28일 아베 총리는 “불굴의 각오로 계속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며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앞으로 20일간, 일본 전체가 하나가 되어 싸워 나갈 것”이라며 국민들의 방역 실천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국민 생활을 제한하는 외출자제 등을 요청하면서 총 73차례 걸쳐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사용했다. 시게히로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만, 나중에 상황이 악화했을 경우 책임을 국민에게 돌릴 수 있어 총리 입장에선 위험이 덜한 전략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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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뼈아프게 느껴...단장의 심정”=코로나19에 대한 ‘늑장 대응’ 비판이 커지자 아베 총리는 감성에 호소하는 표현을 통해 고뇌를 내비치는 발언을 이어갔다.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 선언 연장이 결정된 지난 4일 아베 총리는 “내각 총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 “중소·소규모 사업자가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놓인 고통은 뼈아프게 알고 있다”며 “(긴급사태를) 1개월 계속하는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은 단장(斷腸·애끊는)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시게히로 교수는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나도 열심히 하고 있고, 여러분과 같은 마음”이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 종사자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경영자 등의 노력과 고통을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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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종식, 일본 모델의 힘 보여줘”=일본 전역에 내려졌던 긴급사태가 모두 해제된 지난 25일 아베 총리는 “강제적인 외출 규제 등을 실시할 수 없는 일본의 방식으로도 불과 1개월 반만에 이번 유행을 거의 종식시키면서 ‘일본 모델’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수준으로 정한 해제 기준을 전국적으로 충족했다고 판단했다”며 자신의 방역 조치가 큰 성과를 얻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이같은 ‘자화자찬’에도 전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일본의 코로나19 진단검사(PCR검사) 건수가 주요국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실제보다 과소집계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도 “제2, 제3의 감염 물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아베 총리의 코로나19 종식 발언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마이니치는 그러면서 “일본 모델의 진가가 추궁당하는 것은 지금부터”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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