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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19에 ‘불꽃·물총’ 패스…구마다 “축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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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불꽃축제 취소 이어

신촌물총축제 등 2건도 포기

행사 기획업체들 어려움 호소

축제예산 코로나 대책 쓰기도

중앙일보

서대문구가 코로나19 사태로 2013년부터 매년 열어온 신촌물총축제를 처음으로 취소했다. [서울 서대문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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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한화가 매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개최해온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올해는 취소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서울 서대문구와 서초구 역시 2020년 신촌물총축제와 서리풀페스티벌을 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이다.

2013년부터 매년 신촌물총축제를 후원해온 서대문구는 “올해 코로나19로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당초 올 7월 첫째 주말에 물총축제를 열 계획이었지만 준비를 늦게 시작해 8월 첫째 주말로 연기하려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로 취소를 결정했다.

주최 측이 추산한 지난해 물총축제 방문객은 10만 명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매우 아쉽지만 물을 뒤집어쓰고 서로 굉장히 가깝게 모여 진행하는 축제라 과감히 포기했다”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에 축제를 여는 게 예의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촌 상인들과 행사를 주최하는 회사가 서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물총축제는 문화기획사 ‘무언가’에서 주최해왔다. 김현경 무언가 대표는 “구청과 협의해 결정했으며 신촌 상인회와도 소통했다”면서 “상인분들이 안타까워했지만, 지난번 신촌 주점에서의 확진으로 피해를 봤기 때문에 굳이 강행한다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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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19'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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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역시 이날 “매년 9월 열리는 서리풀페스티벌을 올해는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리풀페스티벌은 서초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축제로 지난해 8일 동안 퍼레이드·버스킹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서초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금방 진정될 것 같지 않아 3~4월부터 개최 여부를 두고 주민, 추진위원 등과 논의하다 5월 초 이태원 클럽 사태가 발생하면서 취소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서울 다른 자치구의 지역 대표 축제 개최도 불투명하다. 용산구는 이태원 클럽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온 만큼 이태원지구촌축제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10월 둘째 주로 날짜는 정해놨지만 많은 인파가 모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다음 달 4일 타운홀 미팅에서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역시 매년 9~10월에 걸쳐 개최해온 강남페스티벌의 개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송파구는 올해로 20회를 맞는 한성백제문화제를 두고 취소로 방향을 잡기보다는 우선 9월 개최를 목표로 준비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백제문화권 타 지역과의 교류 등 예년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지만, 올봄 석촌호수 벚꽃축제를 2주 남기고 취소한 것처럼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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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 소재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한 지난 28일 부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 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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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에 행사 기획·진행 업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현경 대표는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면서 2~3월부터 매출이 거의 없다”며 “6월 정도면 괜찮아질 줄 알고 근무 일수를 조정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어제도 직원들과 2~3개월 회사를 닫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화행사에 종사하는 많은 회사가 순환근무, 임시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감염 예방 때문이니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더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각 지자체가 축제 취소로 확보한 예산이나 지원금 일부는 코로나19 관련 예산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서리풀페스티벌 개최에 쓸 예정이던 축제 예산을 코로나19 대책에 사용할 계획이다.

서울시 축제진흥팀 관계자는 “자치구 사업 계획을 받아 구마다 지원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그 과정을 보류한 뒤 재개하지 못했다”며 “만약 전체적으로 예산이 감축된다면 코로나19 지원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6월까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축제 지원 예산은 45억9000만원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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